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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동지역은 겨울이면 많은 눈이 내린다. 평균 해발고도가 900m나 되는 지형적 특성과 대륙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면서 우리나라 남쪽에 형성되는 저기압 때문이다. 이때는 눈구름대를 형성하는 북고남저(北高南低)형 기압배치가 자주 나타난다.
울릉도 역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울릉도는 찬 공기가 동해를 건널 때 많은 수증기를 공급받은 후 산간지역에 부딪히면서 많은 눈을 뿌린다.
그렇다면 최근 10년간 하루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지역은 어디일까. 한국의 지붕마을로 불리는 대관령일까. 아니면 폭설의 대명사로 불리는 울릉도일까. 혹은 대관령도 울릉도도 아닌 다른 지역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눈을 뿌린 지역과 날을 기상청의 기후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지난해 2월 11일 강릉에는 하루사이에 77.7cm라는 엄청난 눈이 내렸다. 이 적설량은 최근 10년간 내린 하루 평균 적설량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이었다.
강릉 폭설의 원인에 대해 기상 전문가들은 지형적인 원인과 북고남저의 기압배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북쪽에 찬 대륙 고기압이 위치한 데다 일본 열도를 따라 저기압이 지나는 북고남저형의 기압이 배치된 상태에서 수증기를 포함한 눈구름이 강한 동풍을 타고 동해안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날 강원도 동해안에 눈 폭탄이 쏟아지면서 피해 사례도 속출했다. 강원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강릉, 동해, 삼척 등의 18개 마을 640가구, 1280여 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또 비닐하우스 310곳, 축산시설 10곳 등 320곳의 농업시설이 붕괴돼 66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영동고속도로 일부가 폭설로 통제됐고 삼척~양양간 7번 국도에선 250여대 차량과 운전자 등 450여명이 18시간 동안이나 갇혀 추위와 허기에 시달리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두번째로 많은 눈을 기록한 곳은 동해로 2005년 3월 4일 61.8cm의 눈이 내렸다. 봄을 앞두고 동해안에 눈폭탄이 쏟아진 이유 역시 대륙고기압 약화와 북고남저 기압배치가 원인이었다.
동해안 지방에 2~3월 많은 눈이 내리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1월에는 찬 대륙고기압 세력이 워낙 강해 중국 남부지방 등에 저기압이 형성되기 어렵다. 하지만 2월이 되면 고기압이 약해져 우리나라 남쪽에 저기압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북고남저의 기압 배치로 북동풍이 자주 분다.
상층에 있는 찬 공기는 북동풍을 타고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해수면을 따라 내려오게 된다. 이때 수증기를 공급받은 눈구름대가 동해안 상공에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2~3월 동해안 폭설의 메커니즘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강원지역에 내린 폭설(20㎝ 이상) 9차례 가운데 7차례가 2~3월에 집중됐다.
세번째로 많은 눈이 내린 곳은 2010년 2월 11일 59.3cm의 적설을 보인 대관령이 차지했다. 해발 832m인 대관령은 고지대인 태백산맥과 저지대인 동쪽 해상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동해상에서 불어오는 습한 북동기류가 육지에 도달하자마자 산맥에 부딪혀 강제상승하게 된다. 여기서 눈구름이 만들어져 산맥의 7~8부 능선에 해당하는 대관령에 많은 눈이 내린다. 또 이 지역은 겨울철이면 북고남저형의 기압패턴이 자주 형성된다. 이때 부는 차고 습한 북동풍이 상대적으로 차지 않은 수증기와 충돌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져 구름이 생성된다.
이 구름 역시 태백산맥에 가로막혀 대관령을 비롯한 영동산간에 많은 눈을 뿌린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신적설 10㎝ 이상이 발생한 일수는 인근 강릉이 연 평균 1.8일인데 반해 대관령은 5.8일로 4일이나 많다.
네번째로 많은 눈이 내린 곳은 속초로 2008년 12월 22일 하루 최고 55cm의 눈이 내렸다.
최근 10년래 가장 많은 적설을 보인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강원도 지역 내에서 발생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으로 조사됐다.
다섯번째로 눈이 많이 내린 곳은 대전과 문경이었다. 2004년 3월 5일 대전과 문경에서 각각 49cm의 눈이 쏟아졌다. 집중적으로 내린 이날 눈 피해로 중부내륙과 경북지역은 농작물 2446㏊가 피해를 입었다. 비닐하우스 2221㏊, 인삼재배시설 4642㏊, 축사 8904동 등에 피해가 발생했다.
여섯번째는 다시 대관령이다. 2002년 12월 8일 대관령은 48.9cm의 눈이 쏟아졌다. 이례적으로 확장한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이른 추위가 나타났다. 10월 하순부터 11월 상순 사이 평균기온이 7.3℃를 기록하며 직전 10년 대비 4.5℃나 기온이 낮게 나타났다.
당시 부산과 제주도 등 몇몇 지점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른 겨울 계절현상이 관측됐다. 기단의 불안정한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추위가 대설을 동반했다.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은 눈이 쌓인 일곱번째 지역은 동해가 차지했다. 2003년 1월 14일 45cm가 내렸고, 여덟번째는 2006년 12월 28일 울릉도에 내린 42.5cm었다. 울릉도는 1~2월에 매년 1ｍ가 넘는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대설지역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1월에 149㎝, 2월에 130㎝의 폭설이 내리면서 두달간 3ｍ에 가까운 적설량으로 섬 전체가 온통 설국으로 변했다.
엄청난 눈이 내리는 만큼 울릉군 주민들의 폭설 피해방지 대책은 철저하다. 매년 눈 무게에 못 이겨 축사가 일부 무너지는 경미한 피해만 발생하고 있다.
아홉 번째로 많은 눈이 내린 곳은 정읍으로 2007년 12월 30일 31cm가 내렸고, 열번째는 2009년 1월 16일 을릉도에 내린 29.7cm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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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