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은 18년 만에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다. 서울의 경우 일최고기온 35℃ 이상(폭염경보 기준)인 날이 8월 1일부터 7일간 지속되는 바람에 1994년 이후 가장 오랫동안 폭염경보가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8월 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6.7℃까지 올라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열대야도 7월 27일부터 11일간 연속으로 발생해 공식적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긴 열대야 일수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9월 3일 폭염으로 인해 발병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984명. 이 중 14명은 사망했다. 지난해 폭염 질환자가 443명, 사망자가 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2.2배, 2.3배로 증가했다.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유난히 길게 지속된 원인으로는 ①짧았던 장마 ②강한 북태평양고기압 ③푄 현상 등이 지목됐다.

올해 유난스러웠던 날씨만큼 기상청에도 유난히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5일 30여년간 기상청에 몸 담아왔던 진기범 전 예보국장(향년 55세)이 심장마비(급성심근경색)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는 2009년 3월 11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근 3년에 걸쳐 예보국장에 재직하면서 일주일밖에 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예보업무에 열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 초 예보국장직에서 물러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발생한 사고여서 주위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8월 30일에는 조선일보가 ‘태풍 볼라벤 진로 조작 의혹’을 보도하면서 기상청이 논란에 휩싸였다.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8월 28일 기상청이 발생한 태풍 볼라벤의 진로가 미국, 일본 분석자료 등과 비교했을 때 100km 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기상청이 예보 정확도에 집착한 나머지 태풍 진로를 조작해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기상청은 관련 공개토론회를 열어 “진로 조작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 패널들이 기상청과 우호적 관계자들로만 꾸려졌다는 얘기와 함께 ‘반쪽자리 토론회’라는 지적을 피하지는 못했다. ▶지난 9월 16일에는 조석준 기상청장 등 기상청 관계자 11명이 기상관측 장비인 ‘라이다(LiDAR)’ 입찰 과정에서 모 기상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11월 26일 검찰은 “문제가 된 기상관측장비가 실제 납품돼 성능 실험을 해 봐야 특혜를 준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아직 납품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추후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면서 이들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