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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이 스며드는 계절, 봄이 왔다. 혹독했던 추위와 맞서 싸웠던 겨울이 지나고 꿈틀대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좋은 봄이다. 아저씨, 아줌마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두들 동심(童心)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봄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자, 길가에 핀 꽃을 구경하고자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내 조금씩 느려진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찔레꽃 같은 봄꽃들은 스스로의 자태를 뽐내기에 여념이 없고,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는 우리에게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그래서인지 봄에 떠오르는 노래 제목이나 가사들에는 이런 소재들이 자주 등장한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음악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춘심(春心)을 불러일으키는 노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벚꽃엔딩 - 버스커버스커
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벚꽃이다. 봄꽃 중 가장 화려함을 자랑하는 꽃으로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들을 보면 마치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듯하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버스커버스커는 이런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노래로 사람들의 큰 인기를 받았다. 처음 등장했던 지난해에 이어 최근 음원 차트에 다시 진입하면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캐롤처럼 봄이 되면 저절로 생각나는 노래로 대중들의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눈을 감고 들으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맞으며 길을 걷는 느낌을 주는, 상상만 해도 달달한 봄을 느끼게 만드는 곡이다.

 

 

▣ 봄비 - 김장훈(with 알리)
창밖에 내리는 봄비가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고나 할까.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봄을 떠오르는 게 만든다. “넌 마치 봄비처럼 다가와/ 살며시 봄비처럼 내려와/ 나를 적시고 사랑을 주고~”라는 가사는 봄비에 첫사랑이 막 차오르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 봄이 오면 - 김윤아
통통 튀는 피아노 연주와 함께 울려 퍼지는 김윤아의 목소리로 봄을 전하는 곡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초록색으로 물든 들판 위에서 내 마음도 연두빛으로 물들어 버릴 것만 같다. “봄 맞으러 가야지”의 노랫말은 양팔 가득 벌린 채 봄을 마중 나가고 싶게 만든다.

 

▣ 봄이 와 - 김현철(feat. 롤러코스터)
“봄이 와~ 봄이 와~”라는 가사가 반복되면서 정말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한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어느 봄날,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나눠 끼며 이 노래를 듣는 연인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곡이다.

 

▣ 민들레 홀씨 되어 - 박미경
가사가 한 편의 시다. “산등성 위에 해질녘은 너무나 아름다웠지/ 그님의 두눈 속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지/ 어느 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곁으로 간다~” 강둑에 홀로 앉아 과거의 임을 회상하는 노래다. 누구나 하나씩 간직하고 있는 첫사랑의 아련함을 떠올리면서 봄날의 추억에 잠기게 만든다.

 

▣ 찔레꽃 - 백난아, 이연실, 장사익 등
하얀 꽃잎에 눈이 부시고 향에 취하기도 하지만 이내 서러움이 북받치는 꽃이 바로 찔레꽃이다. 그래서일까. 가난과 굶주림의 모진 세월에 맞서 살아온 어머니들의 모습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백난아의 ‘찔레꽃’은 일제강점기였던 지난 1941년 가수, 작사가, 작곡가 모두 제주 한림읍 명월대를 찾아 뼈아픈 역사 속에서 향수를 달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한층 더 심금을 울렸던 이연실의 ‘찔레꽃’은 1970~80년대 암울한 시절에 큰 사랑을 받았다. 독재정권 아래 막걸리에 취해 들으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노래다. 찔레꽃 노래 중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장사익의 ‘찔레꽃’이다. 가장 한국적인 목소리로 우리의 정서에 맞게 불러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 봄날은 간다 - 백설희, 한영애 등
봄의 설렘과 화려함보다는 아련함을 노래한 곡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여기에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부분은 슬픔이 깔린 가사를 곱씹게 한다. 또한 가장 좋은 시절을 빗대어 봄이라 표현하는데 이런 봄이 떠나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애틋함으로 밀려온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