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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태 이후 ‘안전’은 국가적 과제가 됐다. 최근 기후변화로 집중호우·태풍·폭염·가뭄·한파 등 이상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자연재해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방재기상 업무의 전문성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일기예보는 과학적 기반을 토대로 예보관들의 지식·경험·노하우가 어우러진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라며 “발전된 기상업무 창출을 위해서는 예보관의 예보역량 강화와 근무환경 개선 등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환영사를 통해 “지난 5월에는 영남지방에 폭염 수준의 더위가 찾아왔고 6월 들어서는 강한 소나기와 우박, 경기도 일산 등에서 용오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며 “예년과는 확연이 다른 이상기상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기상업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 청장은 “기상청은 90% 이상의 예보정확도를 달성하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정교한 강수정량 예보를 추진하는 한편, 방재기상 업무의 발전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 이우진 예보국장은 ‘기상재해 대응을 위한 기상정보의 활용’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10년 간 자연재해 피해액은 연간 1조 7000억, 복구비용은 연간 2조 7000억원이 발생했다”며 “이의 원인이 된 기상현상은 태풍이 60%, 호우 27%, 대설 12% 등”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보역량을 결정하는 요소는 수치예보 모델 성능 40%, 관측자료 32%, 예보관 능력 28% 등으로 볼 수 있다”며 “자연재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그 강도도 세지고 있는 만큼 예보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재해는 지진·태풍·홍수·가뭄·해일 등 기상현상에 따른 피해를 말한다. 방재는 이런 재해를 막는 것. 우리나라는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에 따라 재해 관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예보국장은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감소추세에 있지만 재산피해는 증가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2년 8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는 하루 만에 강릉에 870.5mm의 비를 퍼부었다. 이에 따른 사망·실종은 246명에 달했고 재산피해가 5조 1479억원으로 기록됐다.

 

 

 

이어 성결대 행정학과 김형성 교수는 ‘방재기상업무의 전문성 강화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늘고 강수패턴도 변화하고 있다”며 “전국 10개 도시 연 평균 강수량은 1970년대 1248mm에서 2000년대에는 1400mm로 증가했고 집중호우는 같은 기간 약 1.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3~2012년 우리나라 기상재해 현황을 보면 기상재해로 인해 연 평균 43명이 사망·실종됐고 침수면적은 2만 930㏊, 재산피해는 1조 150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교수는 “재난 관리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험 기상 발생 시 기상청의 동네예보와 같은 각 지역에 맞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한데 아직 이 서비스를 실시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기상에 대비해 기상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예보가 생산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예보관들의 전문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하지만 예보관들의 근무여건이 비교적 열악해 오래 근무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기상예보관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난 관리는 재난 발생 예방을 위해 위험을 최소화 하고 이미 발생한 재난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이미 발생한 재난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빠르게 정상상태로의 복귀를 도와야 한다.

 

김 교수는 “재난·재해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상청과 지자체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연재난의 대부분은 기상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기후변화나 재난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기상에 대한 교육 등을 실시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상전문가 및 기상정책자문관을 지자체에서 자체 선발해 재해에 대응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 이상묵 서울시의원은 “재난 예방을 위해 중장기예보가 강화돼야 한다”며 “재난 발생 후 복구에 드는 비용보다 예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면 예산과 피해 모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이종국 재난정보연구실장은 “공무원의 순환보직제가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예보업무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예보인력들이 장기 근무를 통해 경험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상청이 모두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며 “기상청이 본연이 업무인 예보업무에 집중하고 기상 산업에 관련된 업무는 민간업체나 전문가에게 돌려야 한다. 그래야 민간 업체에서는 그 부분을 수요로 삼고 기상산업이 발전해 기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문가로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날씨와 기상은 우리생활 곳곳으로 스며들어 사람들의 행동 및 사회전반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 많은 사람들이 주로 떠올리는 것은 ‘빈대떡’이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 새벽 3시에는 주로 여성들이 잠을 설치는 경향을 보이며 기상은 범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도 김철중 재난대책담당관은 “경기도는 기상정책자문관을 활용한 지역별 기상상황을 분석하고 신속한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재난은 적은 위험에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기상정책자문관은 재난 및 재해를 대응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도는 기상청 예보분야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인재를 기상정책 자문관으로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한유석 하천관리과장은 “서울시의 강우양상은 갈수록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여름철에 침수 취약지에 대한 사전준비를 할 때 기상청의 자료로도 부족할 정도”이라며 기상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위험기상에 대비해 기상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기상전문가의 사회적 활용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