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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PCC WG1(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실무그룹1) 제5차 평가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21세기말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의 미래 기후는 여름 몬순으로 인한 강수량 증가가 전망됐다. 또한 태풍 등으로 인해서도 심한 강수증가 현상이 예상되며, 오히려 한겨울은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지구 대부분 지역에서 건조 지역과 습윤 지역의 계절 강수량 차이가 점점 커지며, 우기와 건기 간의 기온 차도 더 벌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도와 적도 태평양 지역의 경우 강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 우리나라도 여름 장마철에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아 고온 다습한 기후 특성을 갖게 된다. ⓒ정연화 기자

 

한편 북반구에서는 봄에서 여름 사이, 대륙이 바다보다 더 빨리 뜨거워지는 현상으로 인해 공기가 바다에서 대륙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대기 순환이 일어난다. 여름에서 겨울로 갈 때는 그 반대의 움직임을 보인다.

 

이렇듯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해풍이 불어 대륙에서 응결돼 여름은 많은 비가 내리는 우기(雨期)가 되지만 겨울에는 그 반대로 대륙에서 건조한 바람이 불어 건기(乾期)가 나타난다. 이처럼 대개 반년을 주기로 바람이 반대방향으로 부는 것을 몬순(monsoon)이라고 하며, ‘계절풍’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도 여름 장마철에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아 고온 다습한 기후 특성을 갖게 된다.

 

 

몬순(monsoon)이라는 단어는 아라비어로 계절을 의미하는 ‘머심’에서 유래됐다. 과거엔 아라비아해에서 여름 반년에 부는 남서풍과 겨울 반년에 부는 북동풍을 가리켰지만 근래에는 단순히 ‘계절풍’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몬순은 여름과 겨울에 풍향이 거의 정반대가 되는 바람이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불며 대륙과 해양의 온도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여름철에는 같은 양의 태양이 내리쬐더라도 해양보다 대륙이 더 빨리 달궈져 온도가 크게 상승한다. 이로 인해 육지에서는 저기압이 생겨 바다에서 이 저기압 중심을 향해 바람(해풍)이 불게 된다. 이때의 해풍은 많은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다습한 공기가 대륙의 지형이나 대기의 상태에 따라 상승해 비를 뿌린다.

 

반대로 겨울에는 대륙의 공기가 쉽게 식어 기온이 더 급격히 내려가면서 시베리아 고기압처럼 큰 고기압이 형성되고 그곳에서 해양을 향해 바람이 불게 된다.

 

계절에 따른 이 같은 풍계의 변화는 주로 대륙의 해안지방에서 일어나며 인도, 동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의 동부 등 5곳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지는 지역으로 몬순기후를 나타내고 있다. 인도의 경우 여름, 겨울, 몬순 등의 뚜렷한 3계절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며 이런 몬순 기후에는 스콜(squall)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스콜은 대개 적도 부근의 열대 지방에서 한낮에 강한 일사로 상승기류에 의해 내리는 소낙비로 강풍, 천둥, 번개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라비아해에 접한 인도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대부분의 아시아지역에서 우기가 존재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장마도 동아시아 몬순의 대표적인 기상현상이라 할 수 있다.

 

 

▲ 중국 대륙의 남동부에 위치한 홍콩은 한낮 강한 일사로 상승기류에 의해 내리는 소낙성 강우, 스콜(squall)이 자주 나타난다. ⓒ정연화 기자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 지역은 태평양의 북서쪽과 맞닿아 있는데 이곳은 전 세계에서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태풍은 북서태평양 해역에서 연간 25~26개가 발생하며 이 중 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준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7월에서 9월 사이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으며 8월, 7월, 9월 순으로 많았다.

 

태풍(typhoon)은 허리케인(hurricane), 사이클론(cyclone)과 같은 기상현상이다. 발생 지역에 따라 ▶북대서양 서부·서인도제도 부근·북태평양 동부·멕시코 앞바다에서는 ‘허리케인’ ▶북태평양 서부는 ‘태풍’ ▶인도양 남부·벵골 만·아라비아 해에서는 ‘사이클론’으로 각각 달리 부르고 있다. 다만, 남반구의 동태평양지역에서는 해수온이 너무 낮아 태풍이 발생하지 않는다.

 

북서태평양 여름 계절풍이 강화되면 기압골의 발달로 이어져 태풍의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이와 관련, 최근 국립기상연구소는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해 동아시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장기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기상과학연구원 장런허(張人禾·Zhang Ren-he) 교수를 지난달 초청해 몬순과 태풍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지난 4년간 몬순 장마로 큰 피해를 봤는데 특히 2010년에는 홍수로 1800명 가까이 숨지고 이재민 2100만 명이 발생하는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은 바 있다.

 

 

지난 20세기 계절풍에 의한 강우체계의 이상 현상은 전 세계 곳곳에서 관측됐다. 1950년부터 아프리카의 사하라 지역은 누적강수량이 20% 줄면서 사하라 남쪽지역에서는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식수마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또 인도의 경우 연간 강수량의 차이가 20%를 넘어서는 등 강수 불균형이 심해졌다.

 

계절풍 체계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콕 집어 설명하기는 다소 어렵다. 해류의 순환은 마치 온수를 집 전체에 골고루 전달하는 보일러 온수 파이프처럼 지구의 온도를 유지하는 중요 시스템이다. 이 해류순환이 바다표면 온도의 불규칙성과 연관되면서 대기순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남반구는 더워지고 북반구는 차가워지면서 바다 온도에 이상이 일어나고, 이런 현상이 아프리카의 계절풍 강도를 약하게 하는데 기여했다. 또 인도에서는 엘니뇨와 라니냐의 관계가 계절풍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와 대기 중에 부유하는 에어로졸(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의 증가는 계절풍지대 기후변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심한 가뭄은 인간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원인이 된 바다온도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돼 해양과 대륙 사이에서 나타나는 몬순이 기상 전문가들에게 주요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