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택 내 실내공기질 관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실내환경학회가 ‘2016년 제 2차 실내환경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공동주택의 환기설비 현황과 기술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환기설비 도입 시 검토 방향 및 제조업체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장에는 환경부와 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 관계자 및 한국설비기술협회, 건설사, 장비 업체 전문가 40여명이 참석해 발표 및 토론을 진행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환기는 건강 뿐 만 아니라 에너지 문제와도 직결돼 있어 고효율·고성능 환기설비가 앞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박사의 자료에 따르면 환기의 목적은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내부로 공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기행위를 하게 하면 실내공기질은 쾌적해지는데 반해 에너지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효율문제는 최근 환기 기준을 설정하는데 핵심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이산화탄소가 오랫동안 실내를 오염시키는 대표적 물질로 인지됐다면 최근에는 새집증후군 문제가 대두되면서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대표적인 실내환경오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내환기 기준을 만드는 대표 오염물질의 선정대상과 평가표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건물의 용도에 따라 환기의 유형이 결정되는 만큼 정밀한 측정이 가능한 물질을 대상으로 선정해 환기 기준이 되는 오염물질 평가지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김길태 박사는 관련 제도 현황을 소개하며 공동주택에서 환기설비 도입시 검토사항을 발표했다.

김 박사의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가 2013년 발표한 ‘건축물 설비기준 등의 관한 규칙’에 따라 건설사나 공공기관의 경우 공동주택의 환기시스템 설치에 관한 의무규정이 있다. 아울러 새집증후군과 관련해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해 주택 신축 및 리모델링시 시간당 0.5회의 이상의 환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연환기설비 또는 기계환기설비를 설치할 의무가 있다.

김길태 박사는 “자연환기의 경우 외기 압력차가 없을 경우 환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약점 있어 공동주택 설계시 환기 장치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동의한다”며 “환기 장치 도입시 대상 주택에서 적정한 환기 시스템은 무엇인지, 환기성능은 얼마나 되는지, 경제성은 있는지 시공은 용이한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실내공기관리 제도는 위생관리, 소음 등 사람들이 생활에서 밀접하게 체감하는 부분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공사의 경우 국가적 트렌드가 에너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만큼 건물 에너지 효율등급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번째 발표를 맡은 은성화학 태경응 소장은 열회수 환기장치의 국내현황 및 관련법령 재개정에 따른 업계 대응과 남은 문제들을 꼬집었다.

태경은 소장은 “고성능 공기청정필터는 사용여건별로 포집형태가 다양할 것이므로 장소 및 교체주기 권장 또는 명시 등의 규제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500시간되면 무조건 청소하라, 6개월 사용하면 무조건 필터를 교체하라고 기준을 만드는 등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설비기계협회 김용은 부장이 단체표준 및 KS의 정의와 기준을 설정한 배경등을 발표한 후 발표자와 참석자간의 자유토론이 시작됐다.

은성화학의 이경순 사장은 “공기순환기 즉 전열교환기가 2008년부터 의무가 돼 시장에 많이 보급돼 있는 상태인 반면 사후관리 부분 처리가 미흡하다”며 “설치 후 필터 관리 등은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공공기관이 예산 때문에 안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경순 사장은 “필요성에 비해 소비자들은 기계식 환기장치에 대해 대중들이 잘 모르는 것도 문제”라며 “환기장치를 설치해놓고도 소리 때문에 고장인 줄 알고 쓰지 않거나, 가동방법을 몰라서 혹은 필터가 막혀서 안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포럼의 좌장을 맡은 연세대학교 황정호 교수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황 교수는 “대중적으로 많이 보급된 공기청정기와 달리 ‘환기장치’라고 하면 많이들 모른다. 환기설비장치는 신축공동주택이나 학교, 병원등 다중이용시설 등에서만 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필요성 등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업체들이 입주자들에게 직접 홍보하거나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사후관리를 확실하게 하는 등의 시장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며 관련업계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최근 국토교통부가 실내환기설비와 관련해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신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6일 국토부가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 개정을 추진하면서 환기장치의 겨울철 결로 현상 방지를 위해 500세대 이상 신축·리모델링 공동주택의 기계환기설비 설치 시 프리히터 장착을 의무화했다.

전열교환기 산업체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 이하에서 작동되는 600W 이상의 히터 장착이 의무화되면 1차 에너지 기준으로 아파트 단위 면적 1㎡당 에너지 소요량이 10%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며 이는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최근 방침과 어긋나는 탁상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이번 고시 개정이 이뤄지면 건축물의 환기에너지 소모량은 종전 대비 8~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유리 온케이웨더 기자 YRmeteo@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