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기세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요즘이다. 그러나 모처럼 냉방기가 아닌 자연의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서풍을 막아주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화되면서 더위 대신 국외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세먼지의 위협이 계절을 가리지 않게 되면서 실외공기 뿐 아니라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실내공기를 정화시켜주는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도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3000억 원이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00억 원에 이르렀고,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공기청정기에 표기된 표준사용면적을 확인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표준사용면적은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10분간 가동시켜 실내 먼지입자(0.3㎛ 기준) 농도를 초기에 50% 수준까지 정화할 수 있는 면적이다. 현재 시판중인 공기청정기는 사용면적에 따라 30㎡미만, 30㎡이상~40㎡미만, 40㎡이상~60㎡미만, 60㎡이상으로 구분된다.

실내 공간은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외부에서 오염원들이 유입된다. 또한 실내 활동을 하면서 계속해서 오염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를 선택할 때 설치하는 공간의 면적보다 1.3~1.5배에 해당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99㎡(24평)대 아파트 기준으로 평균거실면적이 26.7㎡(8평) 일 때 적정용량은 34.7㎡(10.5평)가량이 된다.

그렇다면 공기청정기는 표준사용면적 내에 있는 각종 오염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을까. 지난 2014년 MBC가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100㎡ 아파트용으로 출시된 공기청정기를 밀폐된 실험실에서 가동한 결과 8분 동안 미세먼지 200㎍/㎥의 70%가량 제거됐다. 그러나 같은 유형의 공기청정기를 아이 3명과 강아지를 키우는 가정에서 가동했을 때는 30분 가량 가동했음에도 117㎍/㎥의 10% 밖에 제거하지 못했다.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실내환경학회가 주최한 제 3차 실내환경포럼에서 에코픽처스 지준호 박사는 공기청정 현안이슈에 대해 발표하며 공기청정기의 초미세먼지 제거성능 평가도입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현재 표준사용면적에 대한 공인된 기준은 없다. 다만 한국소비자원은 사용 공간의 130% 정도를 적정 용량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실증적인 데이터와 연결시켜 적용면적에 따라 노출저감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준호 박사는 초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대기환경 기준을 들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이하로 유지되면 사망 위험의 증가가 나타나지 않지만, 25㎍/㎥가 되면 사망 위험은 9% 증가한다. 현재 세계보건기구의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세계보건기구가 연평균 10㎍/㎥, 일평균 25㎍/㎥인 반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25㎍/㎥, 일평균 50㎍/㎥ 수준이다.

그는 “우리나라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인 50㎍/㎥를 세계보건기구 연평균 권고수준인 10㎍/㎥ 이하로 으로 유지하려면 초기 농도의 20% 수준으로 정화해야한다. 실제 공기청정기 성능은 적용면적의 2배정도 돼야한다는 의미다. 전문가 합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적용면적에서 초미세먼지 노출저감 및 효율, 노출저감특성 등의 정보를 알려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최유리 온케이웨더 기자 YRmeteo@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