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5일)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인 한식(寒食)이다.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날이라는 뜻의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 째의 날이다. 양력으로 4월 5일 또는 6일에 해당한다.

관련 속담으로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가 있다. 한식과 청명은 보통 하루 사이이므로 하루 빨리 죽으나 늦게 죽으나 별 차이가 없음을 일컫는다. 비슷한 뜻을 가진 말로는 ‘도긴개긴’, ‘오십보백보’ 등이 있다.

한식의 또 다른 이름은 금연일(禁煙日)이다. 불을 사용하지 않는 날이라는 뜻이다. 찬 음식을 먹는다는 데서 냉절(冷節)이라고도 불렀다. 옛 선조들은 한식을 숙식(熟食)이라고도 일컬었는데, 이는 불을 사용하지 않는 한식날 미리 익혀둔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에서 비롯했다. 강원도 영서지방에서는 마(魔)가 끼지 않은 날이라 해서 공마일(空魔日)이라 한다.

 ▲ 한식(寒食)날에는 성묘하는 풍습이 있다. ⓒ 정연화 기자

과거 한식은 성묘를 가는 날로 여겨졌다. 묘를 손질해도 뒤탈이 없다고 해 겨우내 얼었던 묘를 손질하거나 이장을 하기도 했다. 한식날 사당이나 조상의 묘소에 지내는 제사를 한식차례(寒食茶禮), 한식성묘(寒食省墓)라고도 한다.

한식은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한식을 언제부터 명절로 여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고려 문종 24년(1070) 한식과 연등 날짜가 겹치므로 연등을 다른 날로 바꾸었다는 기록이 있어 늦어도 고려 전기에는 한식이 중요한 명절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선조들 한식 날씨로 농사 풍흉 점쳐

한식은 농사를 준비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소를 부려보기도 했다. 또한 한식 무렵이면 볍씨를 담갔는데, 씨를 뿌리면 말라죽거나 새가 파먹는 고초일(苦草日)이라 해 씨를 뿌리지는 않는다. 또 강원도 지역에서는 과일나무의 벌어진 가지 사이로 돌을 끼워 넣는 과일나무 장가보내기를 했는데, 이는 열매를 잘 열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한식날 날씨를 보고 조상들은 그 해 농작물이나 어획물의 풍흉을 점쳤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적으면 그 해 풍년이 들고, 날씨가 궂어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또 서리가 내리면 큰 가뭄이 와서 흉년이 들 징조라 생각했다. 천둥이 치면 흉년이 들 뿐만 아니라 나라에 불행한 일이 생기거나 시끄러운 일들이 일어날 흉조라 점쳤다.

어촌에서는 이날 비가 오거나 풍랑이 심하거나 바람이 불면 바다에 물고기가 많아져서 그 해 풍어가 될 조짐이라 생각한 반면에 천둥이 치면 잔고기가 적게 잡힐 조짐이라 여겼다.

한편 한식날 먹는 메밀국수를 한식면(寒食麵), 한식 무렵 잡은 조기를 한식사리라 부른다. 한식을 전후로 먹는 음식은 쑥탕과 쑥떡, 메밀국수, 화전, 두견주 등이 있다. 

최유리 온케이웨더 기자 YRmeteo@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