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요일(23일)은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暑) 절기다. 중부지방은 곳곳에 비가 오면서 선선한 반면 남부지방은 낮 기온이 33℃ 안팎까지 오르며 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 대체적으로 양력 8월 23일경이 처서 절기다. 이 시기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관련 속담으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가 있다. 서늘해진 날씨 때문에 극성을 부리던 모기, 파리 등이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또한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선조들은 처서비를 몹시 꺼리고 이날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

처서비를 가리켜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고 표현했다.

이는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을 지닌다. 바람과 햇살을 충분히 받아야 나락이 튼실하게 되는데, 비가 내리면 빗물이 나락에 들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썩기 때문이다.

전북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라고 했다. 예부터 부안과 청산은 대추농사로 유명한데, 대추가 맺히기 시작하는 처서를 전후하여 비가 내리면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혼사를 앞둔 이들이 혼수장만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속담도 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거나, 자란다 해도 그 정도가 미약하다. 때문에 농촌에서는 이 시기가 지나면 사료용으로 목초를 베어 말렸고,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처서 무렵에 즐겨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우선 추어탕을 꼽을 수 있다. 7월부터 11월까지 제철인 미꾸라지도 만든 추어탕은 가을을 대표하는 보양식이다. 단백질,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 몸의 원기 회복에 좋다.

또한 선조들은 처서에 애호박과 고추를 넣은 애호박 칼국수를 즐겨먹었다. 여름철 뙤약볕 아래서도 말라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애호박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분이 있어 환절기 무렵 기관지 강화에 좋다. 

최유리 온케이웨더 기자 YRmeteo@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