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서늘해 긴팔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한 여름 열기가 식고 차가운 이슬이 맺히는 시기 ‘한로(寒露)’가 다가오고 있다.

한로(寒露)는 '찬 이슬'이라는 뜻이다. 양력으로 10월 8~9일 무렵이다.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이 서리로 변하기 직전인 시기다. 또한 한로 이후부터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와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등의 겨울새가 교체되는 때이기도 하다.

농촌에서는 한로 무렵 곡식과 과일 수확을 마무리하느라 분주해진다.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마무리해서 겨울철을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콩, 팥, 조, 수수, 무, 배추 같은 밭작물의 파종과 수확이 한로 무렵에 이뤄진다. 관련 속담으로 '고양이 손도 아쉽다',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가 있다.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제비가 더 추운 날씨가 되기 전에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다는 뜻으로 한로(寒露)가 추워지는 시기임을 강조한 표현이다.

철새인 제비는 가을이 되면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다. 선조들은 음력 삼짇날(음력 3월 3일)에 강남에서 왔다가 한로(양력 10월 8일 무렵)가 지나 선선해지면 강남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강남은 중국 양쯔강 남쪽의 따뜻한 지역을 가리킨다.

한편 예부터 선조들은 한로(寒露)와 상강(霜降) 무렵에 추어탕(鰍魚湯)을 즐겨 먹었다. 미꾸라지는 가을을 뜻하는 추(秋)자에 고기 어(魚)를 붙여 ‘추어(鰍魚)’라고도 부른다. 미꾸라지는 가을철에 살이 쪄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을의 꽃인 국화로 국화전과 국화주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고려사(高麗史)에 관련 기록이 있다. “한로는 9월의 절기다. 초후(初候)에 기러기가 와서 머문다. 차후(次候)에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후(末侯)에 국화 꽃이 누렇게 핀다”는 구절이다.

아울러 한로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다. 이때 선조들은 등고(登高)라고 해 높은 곳에서 단풍이 든 풍경을 보고 즐기며 시와 술을 나누는 풍습이 있었다.

‘동국세시기’(1849년) 9월 9일조에 “서울 풍속에 남북의 산에 올라서 음식을 먹고 즐긴다. 이는 등고의 옛 풍속을 답습한 것이다. 청풍계(淸楓溪)·후조당(後凋堂)·남한산·북한산·도봉산·수락산 등이 단풍구경에 좋은 곳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최유리 온케이웨더 기자 YRmeteo@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