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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운이 완연해지는 백로(白露) 절기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이다. 이맘때 밤사이 기온이 떨어져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데서 유래했다. 장마가 끝난 후인 백로 시기에는 낮 동안 쾌청하고 건조한 날씨가 나타난다. 때문에 이삭이 여물기 좋은 날씨다. 백로는 대개 음력 8월 초순에 들지만 간혹 7월 말에 들기도 한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 된다고 했고,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의 징조로 생각했다. 경남일부 지역에는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백로 전에 서리가 오면 농작물이 시들고 말라버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서리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충남에서는 늦게 벼를 심었다면 백로 이전에 이삭이 패어야 그 벼를 먹을 수 있고, 백로가 지나도록 이삭이 패지 않으면 그 나락은 먹을 수 없다고 믿었다. 경남에서는 백로 전에 패는 벼는 잘 익고 그 후에 패는 것은 쭉정이가 된다고 알고 있으며, 백로에 벼 이삭을 유심히 살펴서 그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하기도 했다. 관련 속담으로는 '백로 전 미발이면 알곡 수확물이 없다', '백로 전 미발이면 헛농사다', '백로 미발은 먹지 못한다', '백로 안에 벼 안 팬 집에는 가지도 말아라' 등이 있다. 벼가 여무는 데 백로가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는 뜻으로 '백로 아침에 팬 벼는 먹고 저녁에 팬 벼는 못 먹는다'는 말도 있고, 백로에는 이삭이 거의 결정되므로 '백로가 지나서는 논에 가볼 필요가 없다'는 속담이 있다. 한편 백로는 고된 여름농사를 다 짓고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라 부녀자들은 친정에 가기도 하고, 추석 무렵이기 때문에 선조들은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시작했다. 아울러 백로에는 제철 과일을 즐겨 먹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포도다. 포도는 이슬이 내려야 제 맛을 낸다. 포도의 이슬이 증발하고 포도알이 건조되면서 포도알 내부의 온도와 숙성도를 높아지기 때문이다. 백로에서부터 추석까지의 한 열흘 정도를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고 한다. 포도가 농익는 시기라 해서 과거에는 편지 첫머리에 ‘포도순절에 기체만강하시고'라는 문구를 적기도 했다. 포도는 포도당과 과당이 풍부해서 소화도 잘 되고 피로회복에도 좋다. 또한 구연산, 주석산 등을 함유하고 있어 입맛을 돋우는 데도 효과가 있고, 철분도 풍부해 빈혈에 좋다.
 최유리 온케이웨더 기자 YRmeteo@onkweath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