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더 Inside > 웨더 Inside > 올해 한국인 주요 관심사 ‘이상한 날씨’

LG 경제연구소와 인터넷 포털 다음이 공동으로 상위 450개 인기 기사를 분석해 올 한해 한국인의 관심사 키워드 11개를 뽑아냈다. 11개 키워드는 ‘고물가, 소셜커머스, 세시봉과 써니, 청춘위로, 모빌리티, 샤넬과 유니클로, 셀럽브랜드, 안심 먹거리, 오디션 서바이벌, 이상한 날씨, 직관과 레플리카’이다.

특기할만 한 점은 날씨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이상한 날씨’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기후가 반영됐다.

폭설·집중호우·이상고온 ‘기후가 심상찮다’

올해 날씨는 국민 초미의 관심사였다. 해가 바뀌자 마자 1월에는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한달 이상 계속됐다. 낮에도 영하권 날씨가 한달간 지속된 이상한파였다. 겨울 날씨를 가리키는 삼한사온 역시 옛말이 됐다.

특히, 겨울이 아닌 2월에 내린 폭설은 2011년 이상기후 퍼레이드의 시작을 알렸다. 하루 동안 강릉에 77.7cm의 눈이 내렸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강설량이었다. 12월 최근에는 강릉지역에 또다시 4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2~3도 높아 더 많은 눈이 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름엔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7월 27일 강원도 춘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대학생들이 머물고 있던 펜션이 매몰됐고 우면산 산사태가 많은 사상자가 났다. 서울‧경기 지역 주택 1375채와 농경지 645ha도 침수 피해를 입는 등 전국 곳곳이 기습폭우로 몸살을 겪었다.

가을에는 이상고온 현상이 심각했다. 11월 2~5일 사이엔 전국적으로 평균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2~9도 가량 높았다. 광주 27.1℃, 서울 25.9℃ 등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11월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웨더쇼크…패션·식탁 풍경도 바꿔

이같은 날씨변화는 국민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줬다. 대표적인 것이 먹을거리와 패션이다.

이상 저온과 한파로 인해 기능성 발열내의, 양털부츠 등 방한 의류의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가을과 봄이 사라지면서 간절기 의류의 매출은 저조했다. 하루에도 두 계절이 공존하는 변화무쌍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내피를 탈부착하거나 레이어드가 가능한 옷과 같은 트렌스포머 의류가 인기를 끌었다.

장마 이후에도 비가 지속되는 열대성 이상기후로 레인부츠는 여름 히트 아이템이 됐다. 레인코트, 다양한 디자인의 우산도 인기였다. 이에 힘입어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7월 한 달간 레인코트와 레인부츠의 매출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8%, 127% 늘었다. 일반적으로 수영복은 여름이 성수기다. 하지만 올해 7월 판매량은 3% 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겨울철에는 판매량이 급증했다. 혹한을 피하려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19%나 늘어났다.

이상한 날씨는 식탁의 풍경도 바꿔버렸다. 이상저온, 일조량 부족 등 때문에 국산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고 작황이 나빠 수입산 과일로 대체됐다. 작년에는 배추 가격 폭등이 심각했다. 일조량 부족은 물론 폭염, 집중호우 등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배추 값이 폭등하자 포장김치나 단무지 등 배추 대체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어촌 관측센터의 ‘8월 농업관측 월보’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인한 생육 부진과 병충해 등으로 대부분의 참외, 수박, 풋고추, 애호박, 토마토 등의 과일·채소류의 8월 출하량이 1년 전에 비해 10~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배추 등 일부 품목에서 작년과 같은 대란이 가능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날씨 관심 급증, 매체·기사량 증가

변덕스러운 극한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날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날씨가 개인의 삶과 산업에 주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기사 공급량 차트(미디어 다음의 전송 기사 수)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이상기후를 다룬 기사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한파와 폭설이 있었던 2011년 1월에는 기사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날씨정보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날씨를 전달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공중파는 미녀 캐스터를 앞세워 대중의 요구를 맞추고 있다. 종편채널도 남자 캐스터 마케팅과 투톱MC 방식 등 새로운 형식의 날씨보도를 도입했다. 날씨관련 스마트폰 어플은 이미 상용화되었고 최근에는 아이패드용 어플도 개발됐다.

온케이웨더, YTN웨더 등 날씨를 전문으로 보도하고 방송하는 신생 매체도 등장했다.. 이중 온케이웨더는 출범한지 채 3달도 되지 않아 날씨분야 사이트 랭킹 3위(랭키닷컴 기준)를 기록하는 등 약진을 거듭하고 하고 눈길을 끌고 있다. 실시간 날씨 소식부터 재해·재난 정보, 기후에 따른 생활 정보 방송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인기 비결이다.

2계절성 기후, 성격에도 영향

한반도가 이상한 날씨로 몸살을 앓으면서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숙행 고대구로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세로토닌 같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계절의 이상 변화로 분비가 불규칙해지면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등 기후가 좋지 못한 지역에서 빈발하는 우울증이 우리나라에서도 일반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4계절의 변화에 따라 일정한 주기로 적응해온 패턴이 깨지면서 수면장애나 위장기능 저하 등이 초래되고 이로인한 호르몬 분비 이상 영향으로 충동조절 능력의 저하나 성격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같은 유럽에서도 지중해성 기후의 남유럽 사람들은 활동적이다. 반면 흐리고 비가 많은 서북유럽 사람들은 직설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가 2계절성 기후로 바뀌면 성격 급한 한국인의 기질도 ‘더 빨리, 더 빨리!’ 다혈질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2계절 날씨가 우울증, 수면장애, 위장장애 등 한국인의 몸에 변화를 가져온다면 한국인 특유의 기질이 변할 날도 멀지 않았다.

정다운 기자 jdw2218@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