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장마기간 동안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내린 날도 많았다. 이로 인해 우면산 산사태와 춘천 산사태 등 집중폭우로 인한 큰 피해도 입었다. 천재냐 인재냐 말들이 많았지만 우선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 것이 사고 주원인이었다. 우면산 해당 지역은 15시간 동안 누적강수량이 230mm에 달했다. 산사태 발생 당시 시간당 85.5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최근 10년간 올해처럼 많은 비가 내린 지역과 강수량은 얼마나 될까? 또 얼마만큼의 피해를 입었을까.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최근 10년간 연도별 최다 일강수량(mm)과 피해 상황을 알아봤다.
장마·태풍, 크기·이동방향이 강수량 결정
우리나라는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 국한되지 않는 모습이다. 10년간 하루에 가장 많은 비를 뿌린 곳은 전국적이다. 장마와 태풍이 위치한 크기와 이동 방향에 따라 강수량이 달라졌다.
2002년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태풍 루사가 지나간 해다. 8월 31일 강릉에는 870.5mm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최근 10년간 내린 일강수량 중 어떤 해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 1위다.
태풍 루사는 2002년 8월 30일에 발생해 9월 1일 소멸됐다. ‘삼바사슴’이란 의미를 지닌 루사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았다. 최대 순간풍속 39.7m/s, 중심최저기압 970hpadml 대단한 강풍으로 한반도를 휩쓸었다.
그 결과 약 5조10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사망과 실종을 포함해 246명의 인명 피해도 일어났다. 건물 1만7046동과 농경지 14만3261㏊가 물에 잠겼다. 전국의 도로·철도·전기·통신 등 주요 기간망과 생활 기반시설이 붕괴되거나 마비됐다. 1904년 한반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1일 강수량을 기록한 태풍이었다.
최근 10년간 두 번째로 많은 강수를 보인 해는 2007년 420mm를 기록한 제주시다. 2007년 태풍 나리는 9월 16일 제주도의 동쪽 해안을 스쳐 지나갔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토양의 물빠짐이 좋아 홍수가 흔치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태풍 나리는 제주도에 시간당 100mm 안팎의 폭우를 뿌렸다.
9월 16일 하루 동안 제주시에 내린 420mm의 비는 2007년 전국에서 발생한 일일최다강수량이기도 했다. 1959년 내습한 태풍 사라의 제주도 1일 최대 강수량 267.5㎜을 뛰어넘었다. 유례없는 폭우 탓에 제주시의 4대 하천들은 모두 범람했고 큰 피해를 불러왔다.
관광 자원의 피해도 컸다. 폭우로 인한 급류에 밀려온 토사들이 천지연폭포에 돌섬을 만들었고, 한라산 Y계곡의 이끼폭포와 청류계곡 등 총 6곳이 산사태로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있었다.
피해가 커지면서 2007년 9월 20일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전체에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다.
사망 13명, 부상 1명의 인명 피해를 냈으며, 재산피해는 1600억원에 달했다.
3위에 해당하는 최다일강수량은 2003년 경남 남해였다. 2003년도 쉽게 잊을 수 없는 해다. 태풍 매미가 찾아왔다. 그해 9월 12일 남해에는 410mm의 일일최다강수량이 내렸다.
태풍 매미는 2003년 9월 12일 발생해 그 다음날 소멸됐다. 기상관측을 실시한 이래 중심부 최저기압이 가장 낮은 태풍이었다. 12일 사천 부근의 해안에 상륙했을 때의 최저기압은 1959년 9월 발생한 태풍 사라(952hPa)보다도 낮은 950hPa이었다.
피해규모는 인명피해 130명(사망 117명, 실종 13명), 2006년 환산가격기준으로 재산피해 4조2225억 원에 달했다. 4,089세대 1만97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 42만1015동과 농경지 3만7986㏊가 침수됐다.
그밖에 도로·교량 2,278개소, 하천 2,676개소, 수리시설 2만 7547개소가 유실되거나 파괴됐다. 이로 인해 전국 14개 시도, 156개 시군구, 1,657개 읍면동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됐다.
4위는 전남 완도다. 2004년 8월 18일 완도에서 기록된 353.5mm다. 특히 전남 완도군 완도읍 지역에는 이날 오전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92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하천둑이 붕괴되고 가옥과 농경지 및 도로가 침수됐다. 하천 범람이 우려되면서 전남 지역주변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발생했다. 전남 완도와 목포, 통영 등 연안여객선 14개 항로 21척도 전면 운항이 통제됐다.
다섯 번째로 많은 강수량을 보인 해는 2005년 9월 6일 울산에 내린 327.5mm로 그해 전국에서 하루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2009년 7월 7일 부산 310mm가 6위를, 7위는 2006년 강릉이 차지했다. 10월 23일 304mm에 호우와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쏟아졌다.
8번째로 많은 비가 내린 해는 2001년이다. 6월 24일 남해에 303mm에 비가 내리며 그해 일일강수량 최다지역으로 나타났다. 9위는 지난해다. 2010년 7월 16일 여수에서 내린 288mm가 일일강수량 최다 지역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은 일일최다강수량을 보인 지역은 2008년 7월 24일 동두천에서 기록된 265mm다.
비 피해 심각…방재 대책 마련
대륙기단과 해양기단의 경계선에서 만들어지는 몬순전선과 에너지 전달자로서 태풍의 역할은 필요하다. 지구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한 우리나라는 장마와 태풍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장마 기간에 내리는 비가 10일 이상 연속적으로 내리기도 한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강한 집중호우를 몰고 오는 아열대 형태다.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의 세기도 주변 지역 해수면 온도의 상승으로 훨씬 강력해졌다. 그만큼 장마와 태풍에 의한 재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로 인해 변해 버린 장마와 태풍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 최선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고, 기후변화에 신속히 적응해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2003년 한국에 상륙해서 큰 피해를 끼친 태풍 ‘매미’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수백 명의 사상자와 5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봤다. 그런데 이 태풍은 한국에 상륙하기 전에 일본 남쪽의 오키나와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에서 태풍의 세기는 한국에서보다 훨씬 강했다. 하지만 피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었다. 1명의 사망자와 5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을 뿐이다. 일본 태풍 방재대책의 효과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최근 대형 태풍,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추세를 감안해 2012년 예산의 약 85%인 8,011억원을 재해위험지구·소하천·우수저류시설·급경사지정비 등 사전예방 사업에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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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때리고 태풍이 뒤흔든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대표적 기상재해로 장마와 태풍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강한 비바람을 동반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끼친다. 올해에는 장마가 평년보다 일찍 찾아오더니, 태풍 ‘메아리’가 6월 태풍으로는 드물게 서해를 통과했다.
우리나라는 6월 하순경이 되면 흐린 날씨가 많아지고 비오는 날이 많아진다. 예부터 오뉴월 장마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음력에 의해 유래된 말이기 때문에 양력으로 말하면 6,7월을 가리킨다.
양력 6,7월에 많이 내리는 비가 바로 장마다. 장마는 한국에만 국한돼 나타나는 기상 현상이 아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동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몬순전선(일종의 강우 벨트)의 하나다. 몬순전선은 나라마다 다르게 불려진다. 한국은 ‘장마’, 중국은 ‘메이위’, 일본은 ‘바이우’라 한다.
장마전선은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반도를 거쳐 북상하다 소멸된다.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된다.
찜통더위가 찾아오기 시작하면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가 있다. 태풍이다. 태풍은 보통 장마가 끝난 뒤인 8~9월 한반도에 상륙한다.
태풍은 열대 해양에서 발달한 소용돌이 모양을 갖는 거대한 수증기 집단이다. 태풍은 단시간 내에 열대지역의 초과 에너지를 중위도로 전달하는 효율적인 도구다. 지름 1000㎞, 높이 10㎞의 거대한 원통에 들어 있는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에너지를 일주일 이내에 열대지역에서 중위도로 이동시킨다.
장마와 태풍은 우리나라 여름철에 엄청난 비를 뿌리고 지나간다. 수마가 할퀴고 간 지역은 큰 상처를 입는다. 상황에 따라 복구하는 시일이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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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