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더 Inside > 웨더 Inside > 집중호우에 이상고온 ‘애매한 올해 날씨’

2011년을 날씨로 말하면 그야말로 ‘이상’ 했다. 유례없는 한파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가 하면, 2월 중순 강릉지역엔 하루에 77.7cm의 눈이 쏟아졌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였다. 7월 말엔 기습폭우로 곳곳에서 산사태와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여름 두 달 내내 ‘우기(雨期)’가 이어지더니, 가을인 9월 중순 때 아닌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그 바람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져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잦은 이상 기후가 발생함에 따라 더 정확하고 전문성 있는 날씨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들도 이어졌다. 날씨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가 등장했고, 예보관 출신 기상캐스터와 기상전문기자들도 등장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1년. 날씨 이야기만으로도 ‘꽉 찬’ 올 한해 10대 뉴스를 정리해봤다.

❶ 39일간 지속된 이상한파

유례없는 한파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한 달 넘게 지속됐다. 평균 기온은 -0.4℃로 평년(0.8℃)보다 1.2℃ 낮았고, 부산은 -12.8℃로 1915년 관측 이후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원인은 북극 기온이 예년보다 10도 이상 높아 발생한 강한 진동 때문에 찬공기가 남하했기 때문이다.

강추위에 깻잎, 무 등 채소가 얼어붙어 시장 상인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난방수요 급증으로 전력소비는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겨울 의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오르는 등 사회 곳곳이 이상 한파에 울고 웃었다.

❷ 강릉 77.7cm 눈폭탄 “관측 이래 최고치”

지난 2월 11일, 강릉에 하루 동안 77.7cm의 눈이 내렸다. 1911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강설량이다. 기존 최심신적설(하루 적설량) 최고치는 67.9cm였다. 이번 폭설은 한겨울인 1월이 아닌 2월 중순에 내렸다는 특이점이 있었다.

눈이 허리 높이까지 쌓여 주민들은 바깥출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닐하우스와 축사, 양식시설도 파손됐다. 강원지방기상청은 북고남저(北高南低)형 기압배치 상태에서 수증기를 포함한 눈구름이 강한 동풍을 타고 동해안으로 유입된 것이 폭설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❸ 기습폭우에 전국 곳곳 몸살

여름엔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산사태와 침수가 잇따라 발생했다. 7월 27일 강원도 춘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대학생들이 머물고 있던 펜션이 매몰됐다. 이 사고로 13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날 서울 우면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했다. 근처에 있는 아파트 3층까지 토사가 들이닥쳐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EBS 방송센터에도 토사가 유입돼 생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경기 지역 주택 1375채와 농경지 645ha도 침수 피해를 입는 등 전국 곳곳이 기습폭우로 몸살을 겪었다.

❹ 9월 중순 사상 첫 폭염주의보

올 여름엔 큰 더위가 없었다. 두 달 이상 우기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9월 중순, 때 아닌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사상 처음이었다. 대구 34.2도 등 전국 대부분 지방이 30도 안팎의 기온을 기록했다.

9월에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은 7, 80년대엔 1~2일에 불과했지만 90년대부터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5.8일을 넘어섰다. 여름의 길이도 과거 92일에서 최근엔 124일로 32일이나 늘어났다. 이같은 현상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 영향이다. 기상청은 앞으로 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가을 폭염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❺ 9.15 정전사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9월 15일. 서울‧수도권 46만호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약 162만호 가구에 전력공급이 갑자기 중단됐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들의 구조 요청이 서울에서만 수백여 건에 달했고, 카드결제기 작동도 멈춰 많은 상점들이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SK에너지 울산 공장이 70억원의 피해를 입는 등 기업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이같은 대규모 정전사태는 늦더위를 감안하지 않은 전력공사의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은 하절기 전력수급기간이 지나 전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상 기후로 유례없는 가을 폭염이 발생했다. 한전은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갑작스런 전력난이 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중이다.

❻ 12월 강릉지역 또 폭설

올 초 눈폭탄을 맞았던 강릉지역에 12월 초 또 다시 4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강릉과 양양, 속초 등 지역의 일부 학교는 임시 휴교했다. 주민들은 버스정류장에 발이 묶이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한편 기상청은 올겨울 유난히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2~3도 높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올 때 수증기를 더 많이 흡수해 폭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❼ 11월 이상고온, 날씨기록 경신

올 가을 이상고온 현상은 각종 날씨 기록을 바꿔놓았다. 9월 중순 평균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2~6℃가량 높아 대구 34.2℃, 합천 34.0℃ 등 많은 지역이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11월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11월 2~5일 사이엔 전국적으로 평균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2~9도 가량 높게 나타났다. 광주 27.1℃, 서울 25.9℃ 등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이같은 가을 늦더위의 영향으로 백화점은 매출 부진을 겪었다. 겨울 신상품 최대 수요시기인 11월에 전국적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 겨울 의류 수요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❽ 기상캐스터 출신 조석준 기상청장

국내 최초의 기상전문기자인 조석준 기상전문 캐스터가 지난 2월 기상청장에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기존과 같은 공무원 출신이 아닌 ‘최초의 민선 기상청장’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조 청장은 KBS에서 20여년간 간판 캐스터로 활약하면서 기상전문 캐스터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웨더뉴스 채널 부사장, 케이웨더 630 예보센터의 초대 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날씨 분야에서 독자적인 전문성을 쌓아왔다. 잦은 기상이변으로 기상청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조석준 기상청장은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❾ 날씨매체 지각 변동

2011년은 미디어 업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종편 채널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날씨매체에도 전문성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먼저 ‘전문 기상방송인의 탄생’이다. 기상청 예보관 출신의 김승배 기상전문해설위원이 대표격이다. 이를 통해 기상정보를 단순히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전문성을 갖춘 해설이 가능하게 됐다.

기상전문기자의 영역도 세분화 되고 있다. KBS 신방실 기자는 기상전문기자로 활약하며 자신의 이름을 건 교육용 기상과학서적도 출간했다. 김성한 기자도 날씨로 인한 재난·재해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며 기상전문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날씨전문 매체의 탄생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서의 기상방송도 화제다. 온케이웨더(onKWEATHER)는 날씨예보·기후변화·환경·녹색성장 등을 다루는 대표적 날씨전문 매체다. 날씨 분야에 특화된 뉴스를 보도함과 동시에 캐스터들이 실시간으로 날씨방송을 서비스한다. 온케이웨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❿ 기상캐스터 화제

기상캐스터들이 예쁜 얼굴과 아름다운 몸매로 연일 화제를 낳았다. 특히 KBS 김혜선 캐스터, MBC 박은지 캐스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주목을 받은 TBC 이진희 캐스터 등은 수시로 인터넷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남자 기상캐스터도 등장했다. 대표적 인물은 MBC 이재승 캐스터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신뢰감을 주면서도 기존의 남성 예보관출신 방송인보다 진행이 매끄럽다는 것이 장점이다. 진지하고 신뢰성 있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OBS 김장환, TBS 김상윤, 케이웨더 진유현 캐스터 등도 잇따라 등장했다. 남성 캐스터들은 남성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역할까지 톡톡히 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한편 온케이웨더 신입 기상캐스터 공채에는 3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기상캐스터 열풍’을 실감케 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예하, 조아라 기상캐스터가 최종 선발됐다. 두 신입 기상캐스터들은 앞으로 정보전달 중심이었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재미와 흥미를 더한 ‘신개념 날씨방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