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제주의 바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어선들이 붉을 밝힌다. 해마다 외줄 당기기가 버거울 정도로 주렁주렁 올라왔던 한치가 올해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외줄낚시 바늘 몇 개를 지나쳐야 한치 구경을 할 수 있다. 하루 평균 어획량은 예년의 절반도 안된다. 지난 겨울 기록적인 한파로 수온이 급격히 낮아진 것이 이유다.
예년보다 4도나 낮은 22도 정도다. 30년만에 나타난 저수온 현상으로 9월 하순 정도 돼야 예년의 수준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보도에 어민들의 시름은 검푸른 바다처럼 어둡다.
이상저온현상, 수산업 지도 변화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대부분 해역에 저수온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양식생물의 폐사와 난류성 어종의 부진현상이 이어졌다. 기상전문가들은 강한 음의 북극진동, 시베리아 고기압의 확장, 강한 라니냐 현상 등에 의한 동계한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동계 이상한파로 형성된 강한 황해저층냉수가 하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황해 근해역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저수온 현상이 두드러졌다. 제주연안 평균 표층 수온이 2010년보다 평균 3.8도 낮았다.
여름철 제주연안 저수온 현상은 주 어획대상어종인 갈치 어획량을 감소시켰다. 제주연안 갈치 주어기인 6월부터 8월 사이 위판량이 2010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7% 감소해 3천67톤에 머물렀다. 남해동부와 동해남부해역도 2011년 봄철 이후 1주에서 보름간격의 급격한 수온의 변동현상으로 최저와 최고 수온차가 13도였다. 포항지역의 어획량도 22%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파·폭설, 어획고 감소
2011년 겨울 한파와 폭설로 양식업을 비롯한 어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1월 19일 전남 여수시 양식장에는 400만마리의 도미떼가 배를 하얗게 드러내놓고 집단 폐사했다. 전남 여수 앞바다의 도미류 양식장에 몰아친 한파 폭격에 저수온에 약한 도미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빚까지 내서 돔 양식을 시작한 어민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어종보다 수익성이 높아 너도나도 시작한 도미양식이 쑥대밭이 되버렸다.
여수시는 복구책으로 상품성 있는 길이 20cm 안팎의 도미를 조기 출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조기출하량이 급증하면서 도미값이 바닥을 쳤다. 어민들은 이중고를 겪었다. 이처럼 한파와 폭설, 풍랑으로 어획고가 급감했고 수산물 가격은 상승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연초 강원지역 어선의 출어가 부진해 설날 대목에는 문어 한 마리당 13~1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태풍에 의한 양식시설물·수산물 피해
태풍 메아리가 훑고 지나간 자리도 심각한 피해를 냈다. 2011년 6월 하순 서해안을 따라 북상한 15호 태풍 메아리로 인해 전남도 양식 수산물과 양식시설이 무너졌다. 전남 완도, 진도, 신안군에서 다시마와 톳 등 해조류 양식 대상 121어가에 총 8억 천9백만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조업실태와 어장환경 등 현지 조사·자료 제공 확대
이상기후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연근해 주요 어업별 어획정보가 주간 51회, 월간 12회로 확대 시행된다. 인공위성 수신 한국 근해 수온 정보도 매일 365회 제공된다. 동계 이상한파에 따른 양식생물 대량폐사 해역의 수온변동 자료도 확충된다. 제주 북동부 갈치어장내 조업실태와 어장환경 현지 실지조사도 보강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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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