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더 Inside > 웨더 Inside > 흉악범죄, 특정 날씨와 상관관계 높아

“비 오는 날 아침에 살인 충동을 느꼈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살인·강간범 A(37) 씨는 경찰 조사 중 형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오전 7시쯤 성북구 동선동의 한 원룸에 침입해 자고 있던 여대생 B씨(23)를 성폭행 한 뒤 금품을 훔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2년 전 미궁에 빠졌던 수유동 성폭행 방화 살인 사건의 범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한 은행의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줬다.

그는 “유독 비 오는 날 범행 충동이 끓어올랐다”며 “2010년 첫 범죄를 저지르던 날도 비가 왔다”고 말해 듣는 이를 섬뜩하게 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의 소재가 된 경기도 화성 연쇄 살인사건도 비오는 날마다 범행이 이뤄졌다는 특징이 있다.

날씨와 범죄는 특정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김연주 전주대 법행정학부 강사는 논문 ‘날씨 및 요일특성과 범죄발생의 관계분석(2010)’을 통해 겨울철 날씨와 범죄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팀은 겨울철(2008년 12월~2009년 2월) 날씨와 서울시 범죄 발생 사이에 특정한 연관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특히 기온, 일사량에 따라 범죄 발생 유형에 차이가 있었다. 먼저 겨울철 최저기온이 높을수록 살인, 폭력, 강간 등 대인(對人) 범죄 발생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높을 경우 날씨가 춥지 않아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이는 잠재적 피해자와 가해자의 접촉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절도의 경우 일사량이 많을수록 발생건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사량은 햇볕의 강도다. 햇볕의 강도가 강할 때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부정적 사고보다 긍정적 사고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일사량이 많다는 것은 구름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름이 적으면 주간은 물론 야간에도 시야가 확보돼 범행을 감시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범행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일상활동이론’(매일의 일상생활 유형에 따라 범죄기회가 달라진다고 보는 확장된 의미의 범죄기회이론)에 따라 도출됐다. 날씨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범죄 발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에 사용된 기본 데이터는 2008년 12월 1일부터 2009년 2월 1일까지 9주간 서울지방경찰청이 집계한 5대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발생 건수와 같은 기간 서울 기상청의 날씨 관측 자료(기온, 구름양, 상대습도, 일사량, 일조량, 강수량 등) 등이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