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요지경이다. 3일 전국에 태풍급 강풍이 불어닥쳐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19년 만에 ‘4월의 눈’이 서울에서 관측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요란한 봄날씨는 한반도 상공이 불안했기 때문”이라며 “서해상에서 다가온 저기압이 한반도를 통과하는 동안 중심기압 978헥토파스칼의 태풍급으로 발달했다”고 밝혔다. 예년보다 10도 가량 더 차가운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온 따뜻한 공기가 강하게 부딪쳐 저기압은 더 강력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아직도 대기가 불안정해 4일인 오늘도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달 하순까지는 변덕스런 봄 날씨가 잦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속 20~30m에 이르는 강풍으로 항공기 120편이 무더기 결항하고 국내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선박들이 무더기로 발이 묶였고, 목포시 신안비치호텔 앞 해상에서 표류하던 유람선이 해경에 구조되기도 했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동대구~부산)을 지나는 KTX 운행 속도를 평균 시속 300k에서 170km정도로 낮췄다.
태풍급 위력의 바람은 광주와 전남지역에 생채기를 내고 지나갔다.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단로에서 대형 블라인드가 추락해 작업중인 근로자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불산단내 조선소 블록 제작업체에서 이동식 대형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차량 12대와 고압 전신주가 파손되는 등 산업피해도 발생했다.
광산구 송정동에서는 조립식 건물이 무너지고, 철도청 부지 담이 붕괴돼 차량 4대가 파손되기도 했다. 해남읍에서는 비닐하우스가 넘어져 농민 2명이 다치는 등 강풍 피해 접수만 200건이 넘었다. 전남지역의 강풍주의보는 4일 새벽 2시를 기해 해제됐다.
부산에도 행인이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이 여파로 3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드주경기장 지붕막이 찢어져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3일 낮 12시 50분쯤 동래구 명륜동 명륜초등학교의 신축 건물 담벼락 50m가 바람에 무너지며 행인 1명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남 서천군 시초면 선동리에서는 구모(69)씨가 비닐하우스 고정 작업을 하던 중 바람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3m 아래 콘크리트 배수로로 떨어져 숨졌다. 이외에도 대전, 제주, 충북 등 전국 등지에서 강풍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3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청 관측소에서 눈이 관측됐다. 서울에서 4월에 눈이 공식 기록된 것. 1993년 4월 10일 이후 19년 만이다. 지상기온이 영상으로 유지되면서 눈이 쌓이진 않았다. 강원 속초시에서는 7cm 눈이 쌓여 1969년 4월 4일 기록됐던 4월 적설량 최고치(5.5cm)를 43년 만에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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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