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벚꽃은 안피고 4월에 왜 눈이…”
올봄 이상 기상현상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꽃망울 틔우는 봄이지만 강풍과 때 아닌 눈이 내리면서 농작물과 시설 피해가 속출했다. 서울에서는 19년만에 4월 들어 눈이 내렸고 최대 순간 풍속 기록도 갈아치웠다.
서울서 19년만에 눈…강원 대설예비특보 “봄 맞아?”
강원도 영동지방 일대에서는 1983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많은 ‘4월 폭설’이 내렸다. 강원 동해안과 산간 지역에는 지난 3일 보기 드물게 대설특보가 발령됐다. 많게는 20cm 이상의 눈이 쌓인 곳도 있어 다시 한겨울 풍경을 연출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1993년 4월 10일 이후 19년 만에 눈이 내렸다.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서 서울에 비가 내렸다. 이후 찬 공기가 강하게 내려오면서 비가 눈으로 바뀐 것이다.
이달 들어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이상 저온 현상도 뚜렷했다. 8일까지 서울의 평균기온은 섭씨 6.8℃로 평년(10.2℃)보다 3.4℃ 낮았다. 춘천 3.1℃, 강릉 2.9℃, 청주 2.2℃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도 평균 기온이 일제히 하락했다.
바람도 세찼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과 6일 서울의 ‘최대 순간 풍속(순간적으로 부는 바람의 속도)’이 각각 초속 19m, 20m를 기록했다. 6일 발생한 초속 20m의 강풍은 최근 30년(1983~2012년)간 4월 초순에 분 강풍 순위 1위를 경신했다.
전국을 강타한 강풍은 여의도 면적(840ha)의 1.3배를 넘는 농경지에 피해를 입혔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초순 강풍으로 경남(506ha), 경북(125ha), 전남(125ha) 등 12개 시·도에서 1064ha에 이르는 면적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참외 출하량 ‘반토막’…배추값 ‘폭등’
이상기후에 강풍 피해까지 겹쳐 농작물의 작황이 무척 좋지 않다. 이에 따라 과일과 채소 가격의 오름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농업관측센터는 애호박과 오이, 토마토, 수박, 참외 모두 이달 중순까지 출하량이 줄면서 지난해 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참외의 경우 국내 최대 참외 주산지인 성주도 작황이 심상치 않다. 참외 출하가 한창이어야 할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의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에 따르면 3일 기준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짜리 3700상자, 거래액은 1억9000여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 7200상자(3억5000여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1, 2월에 이상 고온, 갑작스러운 강추위가 몇 차례 반복되면서 수정률이 크게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배추값 급등세가 무섭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 상품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올해 1월 933원에서 지난달 2554원으로 174%나 치솟았다. 이달 들어서도 포기당(상품 기준) 3161원(7일), 3202원(9일), 3706원(10일)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과 이달에만 비축분 4000t을 풀었다. 그러나 오름세가 꺽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현재 중국산 배추 수입을 검토중이다.
“이달 하순에도 날씨 변화 클 것”
기상청 기후예측과 정준석 과장은 “원래 이 시기에는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약해지지만 올해는 북극 진동 때문에 냉기가 늦게까지 한반도에 유입됐다”며 “주기적으로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기온과 날씨변화가 컸다”고 설명했다.
4월 초 발생한 강풍도 비슷한 이유다. 북극의 찬 공기를 공급받은 대기권 상층의 무거운 공기와 아래층의 공기가 서로 뒤섞이면서 강풍이 발생한 것이다.
남은 4월 동안에는 날씨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13일 나온 기상청 1개월 기상 전망에 따르면 4월 하순에는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5월 상순에도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일교차가 클 것으로 예상돼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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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