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날씨가 19대 총선 투표율을 쥐락펴락했다. 결과적으로 날씨가 여야의 희비를 가른 셈으로 날씨가 투표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새삼 입증해 주었다.
11일 총선일, 기상청 예보대로 전날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전 6시 투표가 시작되고 나서까지 계속됐다.
오전 7시 전국 투표율은 2.3%에 머물렀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2.5% 보다도 낮았다. 민주통합당 선거상황실에는 비상이 걸리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오전 9시까지도 8.9%의 투표율을 보이며 9.1%였던 18대 총선 때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전국에 걸쳐 비가 그치기 시작한 오전 10시 이후부터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투표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한 것. 11시엔 19.6%로 비가 왔던 9시까지 투표율 대비 2.2배로 올라섰다. 정오로 갈수록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온 후 갠 날씨'가 투표율 상승을 재촉한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여세를 몰아 12시, 오후 2시 투표율도 각각 25.4%, 37.2%로 18대 총선 당시의 23.8%, 33.1%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비온 후 갠 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재미난 현상은 또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총선 당일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도 평소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은 약 14만7000대로 평상시보다 20% 정도 적었고, 정체구간도 거의 없었다.
이를 놓고 선거 전문가들은 ‘궂은 날씨-낮은 투표율’로 이어지던 관행을 깬 것으로 평가했다. 궂은 날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지 않고 총선에 참여해 오히려 투표율 상승에 기여했다는 것.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 이정준 예보관은 “총선날 10시를 기점으로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비가 그쳤다. 부산의 경우는 오후 2시, 오후 3시에 소나기가 관측됐지만 강우량이 적어 투표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나기가 지나갔던 부산의 오후 2시와 오후 3시의 투표율은 각각 36.7%와 41.5%. 이는 18대 총선 당시(30.7%, 33.6%) 보다 높았고, 같은 시간대 전국 평균치인 33.1%, 36.4%를 웃돌아 소나기 영향이 별로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오후 6시까지 전국 유권자 4020만5055명 중 2181만1527명이 투표를 마쳐 평균 투표율이 54.3%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투표율 55%를 기준으로 그 이하로 투표율이 머물 경우 여당에, 그 이상을 기록할 경우 야당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표율이 55%에 비슷하게 머물면서 선거 결과는 크게 보아 여야가 근소하게 경합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투표율 55%'에 이르게 한 4.11 총선 날씨야말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의 세력을 비슷하게 만든 1등 공신이 아닐까 싶다.
|
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