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순간, 갑자기 인류가 사라졌다. 소행성 충돌, 기후변화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모든 인류가 사라진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미국 히스토리 채널의 다큐멘터리 ‘Life after people’은 인류 멸망 후의 상황을 실감나는 그래픽을 통해 표현한 바 있다.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최근 인터넷 상에서 인류 멸망 후의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표가 화제다.

 

 

인구밀도가 ‘0’을 기록한지 몇 시간 내로 지구 곳곳을 밝히던 불빛이 희미해진다. 현재 미국의 경우 소비전력 중 70%는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된다. 화석연료를 공급해야하는데 사람이 없으니 곧 중단된다. 원자력 발전소는 계속 가동된다. 일반적으로 2년치의 연료가 저장돼 있다. 그러나 새로 생산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전력 생산이 중단된다.

 

1년이 지났다. 도시의 외관은 인류 멸망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회색빛 주차장, 콘크리트 도로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식물은 번성했다. 제초제를 뿌릴 사람이 없으니 건물, 길 틈새로 잡초나 민들레가 빼곡하다. 잡초가 죽으면 이끼가 죽은 풀 위에 넓게 자리잡으면서 두터운 층을 형성한다.

 

3년 후 도시 배관이 터지고 건물 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나자 목조주택이 붕괴됐다. 어디를 가도 초록색 식물 투성이다. 25년이 지나자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인간의 흔적이 거의 지워졌다. 영국 템즈강의 수위를 조절하던 철문은 대량의 물이 유입되도 닫히지 않는다. 런던이 물에 잠겼다. 저지대 도시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마찬가지다.

 

천적이 사라진 늑대는 매년 6배씩 개체수가 증가했다. 인간이 사라지고 50년 내에 늑대는 50만 마리로 불어났다.

 

 

50년이 흘렀다. 인간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철골 구조물들이 부식돼 색깔이 붉게 변했다. 지은지 수십년이 지난 구조물들이 현재처럼 무사할 수 있는 것은 정기적인 관리 때문이다. 관리가 없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결국 케이블 선이 끊어져버렸다. 토목공학자 고든 마스터튼은 “견고하던 댐도 무너지고 엄청난 수압에 모든 것이 쓸려내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150년 후, 바다의 입장에서는 인류의 멸망이 다행이다. 파괴됐던 바다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회복해 풍요를 되찾았다.

 

200년이 흘렀다. 모든 인공구조물이 무너졌다. 7년마다 새로 페인트칠을 해 부식되지 않던 파리의 에펠탑도 맥없이 고꾸라졌다.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와 뉴욕 맨하탄의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도 쓰러졌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시카고는 부식과 붕괴가 한창 진행중이다.

 

500년이 흐를 때 까지 가장 오래 버틴 구조물은 콘크리트다. 그러나 수분함유량이 높아 발생한 기포 때문에 균열이 쉽게 발생했다. 그동안 콘크리트가 알칼리 환경을 유지해 철근 부식을 막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내부 철근도 부식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남은 인류의 흔적, 콘크리트 건물도 무너져 내렸다.

 

 

도시가 모습을 완전히 감춘 것은 1000년이 지나서다.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무성한 수풀은 지구를 뒤덮었고 빗물과 개울은 한데 모여 강을 이뤘다. 네온사인 탓에 한밤에도 빛나던 도시는 마치 원시시대의 초원처럼 생명력을 되찾았다.

 

마침내 1만년이 흘렀다. 1000년이 10번 지난 이 시점에서 지구에 남은 인류의 흔적은 우주에서 맴도는 라디오와 TV의 전파가 유일하다. 콘크리트는 무너지고 구조물들이 부패하는 상황에서도 몇몇 구조물들은 변하지 않았다.

 

중국의 만리장성과 같은 거대한 석조 구조물이 그 주인공이다. 침식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은 서서히 나타나 몇십억년 동안은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사막의 모래바람에 묻히기 전까지는 무사할 것이다. 특히 단단한 화강암에 조각된 큰 바위 얼굴들, ‘러시모어 인물상’도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체물리학자 데이비드 브린은 “폭풍우 정도만 견디면 1~20만년은 버틸 수 있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