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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식히러 공포영화나 볼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6일 현재까지 서울의 6월 평균 기온은 30℃에 달할 정도로 무더웠다. 최고기온은 25일 33.5℃였다. 영화관에 걸린 포스터를 통해서도 여름이 찾아온 것을 알 수 있다.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포영화이기 때문. 무더위에 지친 관객은 오싹한 공포영화를 통해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왜 공포영화가 더위를 가시게 하는지를 아는 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공포영화는 관객들이 불안과 공포를 느끼도록 의도한 영화다. 관객의 전율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충격 요법이 영화의 테마다. 종류도 다양하다. 괴물이 등장하는 괴기 영화나 초자연적·마술적·신비적인 영혼 재래 등의 오컬트 영화(occult film), 살인·범죄를 주제로 ‘피가 튄다’는 뜻의 스플래터 영화(splatter movie), 이상한 사태에 직면한 인간들의 혼란과 고통을 그린 SF 영화, 충격적인 공포와 전율에 역점을 둔 호러 영화(horror picture) 등이 있다.

 

‘영화사전’의 김광철 저자에 따르면 공포영화는 무지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폭력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인간의 지식과 경험의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도 포함된다. 죽음, 영적인 세계, 과학, 우주, 정신 착란 등의 주제를 다루는 이런 영화들은 인간이 인지하기 어려운 불안을 야기한다. 즉 공포영화는 인간이 지닌 동물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깨닫고 두려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인 두려움과 맞닥뜨린 관객들은 자신을 괴롭히던 망령들이 사라질 때, 독특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것은 공포 영화 특유의 미적 쾌감이다.

 

 

‘무지에 대한 두려움’의 결정체, 공포영화를 볼 때면 춥고 오싹한 기분이 든다. 심약한 사람은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 오한이 들기도 한다. 춥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소름이 끼치는 공포반응은 추위를 탈 때 나타나는 신체반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온도감각을 느끼는 감각기관은 피부와 뇌의 시상하부 등 2곳이다. 피부는 외부 공기와 맞닿는 피부 온도를 측정하고 뇌에서는 체내 중심온도를 감지, 두 온도 차이를 시상하부가 판단해 체온을 조절한다. 밖이 추워 체온이 낮아지면 근육을 떨게 해 열을 내고, 땀구멍을 닫는다.

 

우리 몸은 공포, 불안, 스트레스 등을 인지하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는 교감신경계를 조절해 몸이 이에 대처하도록 자동적인 신체 반응을 일으킨다. 심장박동이 증가하거나 동공이 확장되고, 모공이 수축되는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 추울 때도 뇌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를 통해 교감신경계로 하여금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동공 확장, 모공 수축 등 같은 신체반응을 일으킨다. 즉 공포와 추위의 생리적 반응이 유사하기 때문에 공포영화를 봤을 때 실제 오싹하고 추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한여름에 공포영화로 더위를 식히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숨어있는 진실인 셈이다. 그러나 반복적인 공포는 우리 몸에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외부 자극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지속적으로 항진되면 가슴이 뛰고 식은 땀이 나고 긴장된 상태가 나타난다. 정상인의 경우 이런 긴장상태는 금방 해소되지만 정신적, 신체적으로 불안한 상태거나 특정 상황에 정신적 공포가 심한 사람에게는 지나친 자극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