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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이 한 달 안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올림픽 효자종목 중 하나인 양궁. 야외에서 펼쳐지는 양궁 경기는 날씨와 어떻게 공생하는지 궁금하다. 양궁은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파악, 화살이 바람 사이를 뚫고 과녁에 꽂히게 될지 가늠해 활시위를 당기는 스포츠다. 1점차로도 등수가 가려지는 양궁은 기상요소 중에서도 특히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특히 양궁 경기장의 경우 대부분 산이나 외진 곳 혹은 넓은 강가의 공원 등에 위치해 경기할 때 날씨는 더 춥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더 궂은 경우가 많다.

 

양궁은 전통적인 야외 경기이기 때문에 악천후를 감수해야 한다. 경기를 치르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야구처럼 우천으로 경기가 도중에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미리 우려가 되는 경우는 경기일정을 조정한다. 바람이 심하거나 안개가 짙게 낀다거나 폭우가 쏟아져 가시거리가 확보 안 된다면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경기를 잠시 미룬다.

 

양궁은 실제로 기상특보(황사·호우·강풍·태풍 등) 기준에 근거해 경기를 중단시키는 내용이 정해져 있을까. 그런 규정은 없다. 양궁은 비교적 주어진 날씨를 극복해가며 하는 편이고 야구처럼 우천 시 취소 중단 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상황을 봐서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여겨질 때는 경기운영본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경기를 진행, 중지시켰다가 재개하곤 한다.

 

 

 

양궁은 야외 경기인 만큼 기온·습도·바람·비·눈 등 모든 기상요소가 경기에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화살이 비교적 가볍고 바람을 타고 날아가 표적에 박히는 것이기 때문에 점수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것은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화살을 정확히 조준하기가 힘들고 활을 쏘는 자세로 버티기도 힘이 들기 때문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바람에 선수들은 어떻게 대비할까. 양궁 사대(국궁(國弓)에서 활을 쏠 때에 서는 자리)를 보면 위에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는 깃발이 있다. 또한 풍향계도 설치돼 있어 그때그때 바람의 방향을 체크한다. 선수들은 바람에 대비해 철저히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한 여름 굳은 날씨 속에 진행되는 국내대회 등 많은 경험과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바람에 대비한 조준과 오조준(바람의 방향이나 속도를 예상하여 일부러 다른 쪽으로 쏘는 조준 발사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답은 'NO'. 그동안 올림픽 양궁경기 중 취소 된 적은 없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부 개인전 결승 때 폭우가 쏟아져서 경기가 몇 시간 지체 된 적은 있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은 사막에서 펼쳐지다보니 심한 모래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당시의 본선 점수는 120점 만점에 채 100점을 못 넘기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우리나라는 사전 조사를 통해 바람이 심하게 분다는 정보를 알고 일부러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남해와 제주도를 전지훈련 장소로 택해 모래사장에서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궂은 날씨에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도 상대 선수들보다 바람에 대한 경기 조절 능력이 더 높다보니 유리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는 것. 이 대회서 우리나라는 전 종목(단체전 男·女, 개인전 男·女) 석권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간혹 바람이 불어 선수들의 기록지가 바람에 날아가거나 표적지가 떼어져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올해 강원도에서 펼쳐진 경기에서는 사대가 모두 넘어져 버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기도 했었다고.

 

‘바람과 양궁’은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 관계임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