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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년 동안 금지해 온 고래잡이를 허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내년 과학조사용 포경(고래잡이) 활동을 개시할 방침을 국제사회에 공식 통보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제64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에서 한국 대표단은 과학연구용 포경 계획을 IWC과학위원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 대표단은 “한국 수역 안에서만 고래를 잡을 것이며 포경의 구체적 일정, 지역, 포획예정량 등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등 포경 반대국가들이 강력 반발하자 한국 대표단은 “IWC는 도덕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다른 나라의 승인을 받는 절차는 거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일본처럼 다른 회원국의 승인 없이 포경을 시행하겠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1889년 울산 장생포에 고래 해체장을 설치하는 등 포경 역사가 100년에 가깝다. 이후 정부는 1986년부터 국제협약에 따라 모든 고래잡이를 법적으로 금지해 왔다.
그 동안 고래 연구는 배 위에서 고래를 지켜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현재 방식으로는 서식하는 고래의 종류와 어떤 먹이를 먹는지 등 생태를 연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농식품부가 이번에 과학연구용 포경 계획을 제출키로 한 이유다.
현재 과학연구용 포경을 허용한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은 과학연구용 포경을 전면 허용하면서 실제로는 고래고기를 식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포경 국가인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국제협약을 거부하고 포경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협약을 준수하던 우리 정부가 일본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과학연구용 고래잡이를 허용하기로 한 것.
이 소식을 접한 울산은 환영 분위기다.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은 5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포경 금지는 전통적으로 고래를 식용하지 않는 국가들이 재개를 반대해 왔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고유의 식습관과 전통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김 청장은 “석유가 유통되기 전에 고래 기름을 필요로 하던 서양 열강들에 의해 멸종이 우려됐던 것”이라며 “식용으로 고래를 잡아 온 우리나라는 고래 멸종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고래잡이에 반대하는 뉴질랜드의 존 키 총리는 “한국 정부의 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잘못된 일보”라고 지적했다. 국제적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관계자도 오스트레일리아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포경 발표는 충격”이라고 강력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국내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도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따라할 게 없어서 국제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일본식 과학포경을 따라하는 거냐”며 “한국이 조사를 위해 일본의 뒤를 좇아 과학조사 포경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과학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포경을 재개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CNN, 로이터, AFP 등 외신들도 속보로 한국의 포경 허용 소식을 전했다. 국내외 환경단체들과 포경 반대국가들의 비난을 생생히 전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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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