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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갑자기 쏟아져서 놀랐어요. 우산이 없어서 피한다고 했는데도 옷이랑 가방이 다 젖어서 짜증났었어요.”(직장인 국초희씨)

 

“서울 한복판이 다 물바다였던 작년 7월이 생각나더라고요. 어찌나 퍼붓던지···. 우산을 써도 소용 없던데요.”(직장인 이수희씨)

 

지난 3일(화) 오후 한때 서울 중구와 마포구 등 강북지역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양의 소나기에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렸다. 기상청은 이날 구름이 많을 뿐, 제주도에만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예보 정확도가 90.7%인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간 것이다.

 

 

이날 소나기는 시간당 최고 50mm이 넘을 정도의 기습적 폭우였다. 같은 서울지역 소나기라고 해도 곳에 따라 강수량에 엄청난 차이가 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물폭탄’이 터진 중구는 시간당 56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성동구 33mm, 마포구 32mm, 광진구 22mm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강남구는 1.5mm, 송파구와 서초구는 0.5mm를 각각 기록했다. 관악구나 구로구, 금천구는 아예 비가 오지도 않았다.

 

서울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내린 소나기로 강서구 가양동에서 하수도가 역류해 지하 노래방이 침수됐다. 이외에도 강서구와 중구, 용산구 등 서울에서 25곳이 침수 피해를 입어 소방당국이 배수 지원에 나서야만 했다.

 

용산구 이태원동에서는 오후 5시 30분쯤 낙뢰로 인한 정전사고가 발생해 48가구에 20분 넘게 전기 공급이 끊어졌다.

 

소나기는 갑자기 구름이 짙어져 굵은 빗방울(지름 5∼8mm)이 1∼2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강하게 내리다가 그치는 비를 말한다. 보통 한여름에 자주 있는 현상이다. 낮 기온이 30℃ 이상으로 올라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기류를 타고 구름을 만들어 소나기를 내리게 한다. 때문에 장마가 끝난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불볕더위가 계속될 때 자주 발생한다.

 

지난 3일 서울의 낮 기온은 30℃가 안되는 25℃였다. 그런데도 왜 소나기가 내렸을까. 바다에서 밀려온 습한 구름과 상층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만났기 때문이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3일 오전 서해 인천 앞바다에 짙은 안개가 꼈다. 이 해무가 서풍을 타고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와 서해안 지방에 유입됐고, 낮은 구름으로 바뀌었다. 습기를 머금은 구름이 깔린 중북부 지방에 영하 5℃의 상층 찬 공기가 남하했다. 찬 공기와 습한 구름이 만나면서 천둥, 번개를 동반할 정도의 강한 비구름대로 발달한 것이다.

 

 

기상청과 케이웨더는 지난 3일 오전까지 소나기 예보를 하지 않았다. 4일(수)에야 올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찬 공기가 일찍 남하했다. 갑자기 발달한 비구름이 소나기를 뿌렸다. 시간당 최고 50mm가 넘을 정도의 많은 양이어서 시민들의 불편이 컸다.

 

현재 기상예보에 활용되는 자료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인 ‘수치예보모델(Numerical Weather Prediction Model)’이다. 수치예보모델은 지구를 바둑판 모양의 수많은 사각형으로 나누고 기압, 바람, 온도 등이 그 격자점의 값으로 표현된다. 대기 상태는 격자 간격에 의해 크게 바뀌게 되는데 사용하는 격자가 조밀하고 상세하면 기압, 바람, 온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바람, 기온, 수증기 등 대기의 움직임과 변화는 여러 법칙을 따르고, 수치예보모델은 이 법칙들을 방정식으로 계산한다. 기상청이 운영하는 수치예보모델은 기상요소(기온) 1개에 대해 24시간 뒤의 결과를 얻으려면 약 100억 회의 계산이 이뤄진다. 그만큼 계산량이 많아 고속 컴퓨터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가 보유 장비 중 가장 고가인 기상용 슈퍼컴퓨터 3호기 ‘해온’과 ‘해담’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350억원 상당의 이들 슈퍼컴퓨터는 전세계 성능 순위에서 각각 31위, 32위를 기록했다.

 

소나기 예보는 수치예보모델 자료를 토대로 기압배치와 상층 공기의 이동 흐름 등을 하루나 이틀 전부터 파악하고, 최신 레이더·위성 자료를 분석해 언제, 어디에서 올지를 판단한다.

 

수치예보모델의 해상도는 40km에서 3호기는 25km로 38%, 연직해상도는 50층에서 70층으로 29% 조밀해졌다. 모델의 수평, 연직 격자 간격이 조밀해지면 고기를 잡는 그물망 간격이 조밀해지는 것과 같은 효과다.

 

수치예측자료를 생산하는 주기도 하루 2회에서 하루 4회로 늘었다. 12시간 간격에서 6시간 간격으로 좁혀져 변하는 기상현상을 좀 더 빨리 알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소나기가 언제, 어느 지역에서 올지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까. 정답은 ‘No’다. 케이웨더 박선우 예보관은 “소나기 예보 자체는 어렵지 않다. 오전인지 오후인지, 중부지방 어느 쪽인지까지 포괄적 범위의 예보는 가능하지만 세세하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느 동네에서 소나기가 올 지’는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예보관은 앞서 말한 슈퍼컴퓨터로도 소나기는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현재로서는 수치예보모델 자료로도 소나기처럼 좁은 지역의 세세한 모델값을 얻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슈퍼컴퓨터 3호기의 해상도는 25km. 지난 3일 서울에서 소나기가 가장 많이 내린 중구와 1.5mm가 내린 강남구는 직선거리로 약 4km에 불과하다. 비가 오지 않은 구로구와의 거리는 약 16km 정도다. 슈퍼컴퓨터가 표현할 수 있는 면적보다 좁은 지역에서 소나기가 내린 셈이다.

 

소나기 예보 확률을 높이려면 지속적으로 레이더와 위성 영상을 모니터링해 예보하는 수 밖에 없다. 지난 3일의 경우처럼 대기 상황이 갑자기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예보관은 “최신 자료로 분석해야 하므로 3~4시간 전에야 비교적 정확한 소나기 예보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매 시간마다 찬 공기가 남하하는지, 소나기 구름이 형성되는지 마냥 자료를 붙들고 있을 순 없지 않나. 따라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