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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전 9시와 같은날 오후 9시에 각각 발생한 제9호 태풍 ‘사올라(SAOLA)’와 제10호 태풍 ‘담레이(DAMREY)’ 가운데 제10호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북서태평양에서 두 개의 태풍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9호 태풍은 대만을 지나 중국 상해 부근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10호 태풍은 일본 서쪽 해상을 지나 서귀포 해상을 통과, 중국 내륙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태풍 모두 중국 내륙이 종착지로 예상된다. 두 개 이상의 태풍이 발생, 근접하게 되면 이들은 대기 중에서 특별한 거래를 주고 받는다.

 

 

‘후지와라 효과’는 근접해 있는 두 열대 저기압(일명 태풍)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현상이다. 이는 1920년대 일본인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藤原咲平)에 의해 발견됐고, 이후 여러 기상학자들에 의해 이론이 수정됐다.

 

열대 저기압은 대개 가까이에 있는 고기압이나 기압골에 의해 생기는 바람으로 흘러가며 이동한다. 여기에 2개의 열대 저기압이 접근하는 경우 그 열대 저기압의 회전(북반구에서는 반시계 방향,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으로 흘러가는 효과가 더해진다. 이 때문에 때로는 기형적인 진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예측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번에 발생한 9·10호 태풍 사이, 후지와라 효과가 발생할까.

 

9호 태풍 ‘사올라’는 중심기압 980hPa(30일 오후 3시 현재)의 중형급이다. 반면 10호 태풍 ‘담레이’는 중심기압 996hPa(30일 오후 3시 현재)로 소형급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약한 10호 태풍이 9호 태풍 세력에 빠르게 흡수돼 소멸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각각의 태풍 규모와 둘 사이의 거리에 따라 행로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힘들다.

 

후지와라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열대 저기압의 강도나 세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00km 이내에 들어야 한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열대 저기압이 2개 이상 존재하는 현상은 대서양이나 인도양에서는 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부분 태평양, 특히 북서 태평양에서 많이 나타난다.

 

후지와라 효과는 총 6개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①서로 겹치는 형 : 약한 열대 저기압이 근처에 있는 강한 열대 저기압에 세력을 빼앗겨 급속도로 약해지는 유형이다.

②지향형 : 한쪽의 열대 저기압만 간섭을 받고 다른 한쪽의 열대 저기압의 주위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유형이다.

③따라가는 형 : 한쪽의 열대 저기압이 먼저 이동하고 그 뒤를 다른 한쪽의 열대 저기압이 뒤쫓아 가는 유형이다.

④시간을 기다리는 형 : 동쪽에 있는 열대 저기압이 먼저 북상하고 그 열대 저기압이 사라진 뒤에 서쪽에 있는 열대 저기압이 북상하는 유형이다.

⑤동행형 : 2개의 열대 저기압이 함께 이동하는 유형이다.

⑥반대로 떨어지는 형 : 동쪽에 있는 열대 저기압이 속도를 올려 빨리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서쪽에 있는 열대 저기압은 속도가 떨어지면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유형이다.

 

 

태풍은 평년(1981~2010년) 기준으로 볼 때 연 25.6개가 발생해 이 중 2~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현재까지 평년(1~7월 7.6개)보다 많은 10개의 태풍이 발생했다”며 “최근 필리핀 부근 해역을 포함한 북서태평양 열대해상에서 대류운동이 활발해 추가적으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8월 말, 11호 태풍 ‘난마돌’과 12호 태풍 ‘탈라스’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했었다. 이동 경로상 8월 30일경 서로 가장 근접해 있을 것으로 보여 후지와라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 상호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해 후지와라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각기 다른 행로를 보였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