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인의 축제인 제14회 런던올림픽이 시작됐다. 5000만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안고 런던으로 떠난 선수들도 막바지 훈련에 한창이다. 펜싱과 사격, 수영, 유도 등 대부분의 경기가 실내에서 열리지만 양궁과 축구는 실외에서 진행된다. 때문에 비가 오는지,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등의 날씨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선수들이 영국 현지 날씨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이모씨(26)는 영국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이같이 설명했다. 영국 날씨는 유럽 대륙 서해안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서안해양성 기후다. 여름에는 선선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난류인 북대서양 해류가 영국 주변에 흐르고 편서풍이 불기 때문이다.

 

아조레스섬 부근의 고기압과 아이슬란드 부근의 저기압, 유럽 대륙 중심의 겨울 고기압, 여름 저기압 등이 영국의 기상·기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영국 날씨가 매우 변덕스러운 것은 이들 기압에 의한 변화 탓이다. 특히 아이슬란드에서 발생하는 이동성 저기압이 접근해 통과할 때 기상변화가 심하다.

 

강수량은 지형의 영향으로 지역차가 크다. 대서양에 맞닿은 북부 및 서부 산지에서는 비가 많이 내린다. 반면 동쪽 저지로 갈수록 비가 적어 동서의 차이가 심한 편이다.

 

스코틀랜드 서해안은 강수량이 많아 연평균 강수량이 2000∼4700mm에 달한다. 남쪽의 페나인 산맥은 1500∼2500mm, 웨일스 산지는 1000∼1500mm 정도다. 가장 적은 곳은 잉글랜드 동부로 600∼700mm에 불과하다. 보통 3월부터 6월까지가 가장 건조하고, 9월부터 1월까지는 가장 습하다.

 

 

‘메달밭’인 효자종목 양궁은 기온과 습도, 바람, 비, 눈 등의 기상요소가 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종목이다. 화살이 비교적 가볍고 바람을 타고 날아가 표적에 박히기 때문에 점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이라고 볼 수 있다. 심한 바람이 불면 화살을 정확히 조준하기 힘들다. 1점이 중요한 종목이라서 영국 현지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

 

특히 양궁 경기가 열리는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Lord's Cricket Ground)’ 경기장은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쉽게 예측할 수 없어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어 우려가 된다.

 

한국 선수들은 현지의 궂은 날씨 중에서도 특히 급변하는 바람에 맞춰 빨리 오조준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조준은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를 예상해 일부러 다른 쪽으로 쏘는 조준 발사 방법을 말한다.

 

한국 선수들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강풍으로 유명한 제주도에서 훈련을 치루는 등 바람에 대비한 다양한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현재 비와 바람에 대비한 적응훈련을 이미 마쳐 금메달 사냥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태극궁사들의 금메달 사냥은 한국 시각으로 ▶29일 새벽 2시 10분 남자 단체결승전 ▶30일 오전 2시 여자단체 결승 ▶내달 2일 오후 11시 37분 여자 개인결승 ▶내달 3일 오후 11시 37분 남자 개인 결승이 각각 펼쳐진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도 15일 영국에 도착해 적응 훈련이 한창이다. 한여름인 한국과는 달리 현재 영국 런던은 한국의 봄 날씨와 비슷하다. 현지 도착 이후 낮 최고기온이 20℃가 되지 않는 날도 많았다. 길에서는 두툼한 외투를 입은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도착 직후인 16일, 18일에는 비를 흠뻑 맞으며 훈련했다.

 

영국기상청이 소나기가 잦을 것이라고 예보한 가운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라운드 잔디가 많이 미끄럽기 때문. 여기에 비까지 내리며 ‘수중전’이 펼쳐지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날씨에 따라 경기를 풀어가는 전술에도 변화가 생긴다. 빗물과의 마찰 때문에 공이 잘 굴러가지 않으면서 짧은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바람의 영향도 받는다. 길게 찬 공이 강풍을 맞고 힘없이 떨어지기도 한다.

 

홍명보 감독은 “비가 오면 정상 컨디션이 아니어서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고 이 부분에 대한 준비는 충분히 했다”고 전했다.

 

26일 멕시코전과의 예선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긴 한국은 한국시각으로 30일 스위스, 내달 2일 가봉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올림픽 기간 중 런던은 변화무쌍한 날씨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기상청과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소나기가 잦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런던의 7월 평균 최저기온은 14℃다. 평균 최고기온은 22℃로 한국의 5월 날씨와 비슷하다. 일교차는 평균 8.6℃고 평균 강수량은 48mm로 적은 편이다. 평균 강수일수는 10일이다.

 

런던의 8월 날씨는 평균 최저기온 13℃, 평균 최고기온 22℃다. 평균 일교차는 8.5℃, 강수량은 54mm, 강수일수 10.9일로 7월과 비슷하다.

 

케이웨더는 런던올림픽 개막 당일인 27일(현지시각)에 소나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평년 이맘때쯤 날씨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최고기온은 23.5℃, 최저기온은 16.5℃로 예상된다.

 

내달 1일까지는 대체로 구름이 많고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 많겠다. 낮 최고기온도 16~18℃로 약간 낮을 것으로 보여 얇은 옷을 걸치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영국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30일부터 내달 8일까지 날씨는 전반적으로 맑고 화창하지만 소나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후에 천둥을 동반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기온은 평균과 비슷하지만 더 낮을 수 있다. 8일 이후에는 날씨가 변화무쌍할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을 포함한 남쪽 지역은 건조하고 맑겠지만 가끔 일부지역에서 소나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