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3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6.6℃를 기록했다. 올 여름 여섯 번째 열대야다. 일일 최저기온이 25℃를 넘을 경우 열대야라고 한다.
또 ▶포항 28.0℃ ▶대구·서귀포 27.8℃ ▶제주 26.8℃ ▶부산 26.3℃ ▶수원 26.0℃ ▶대전 25.8℃ ▶인천 25.2 ▶춘천 25.6℃ ▶원주 25℃ 등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특히 춘천과 원주에서 열대야가 나타난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강릉 지역의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8.3℃로 지난 23일 이후 8일째 열대야다.
강원지방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하고 습한 남서류가 지속적으로 유입됐다”며 “밤사이 구름 많은 날씨로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영서지역에서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는 21일 밤부터 벌써 10일째, 대구는 22일부터 9일 연속 열대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폭염특보도 강화되고 있다. 기상청은 31일 오전 11시를 기해 전남 목포와 전북 군산, 제주 북부에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또 충북 영동, 전남 함평, 전북 완주·순창·정읍·전주에는 폭염주의보를 경보로 대체했다.
열대야, 더위 밤 사이 식지 않아 발생
우리나라의 경우 열대야는 대개 장마 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했을 때 나타난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면 한낮에 찜통더위를 몰고 온다. 지표면은 낮에 태양열을 받아 더워졌다가 밤이 되면 복사열을 방출한다. 낮 동안 덥혀졌던 지구가 밤 사이 식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낮에 생긴 대기 중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이를 방해한다. 방출된 복사열이 다시 흡수돼 지상에 머물게 되면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사람들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수면부족과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로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2명 중 1명은 ‘열대야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절반, 열대야로 잘 못자고 피곤하다
연일 열대야가 계속되자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은 직장인 867명을 대상으로 ‘열대야 증후군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52.5%가 열대야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열대야 증후군 증상은 피로감과 수면 장애였다. 각각 67.9%와 65.5%를 차지했다. 그 뒤로 ▶무기력증(48.4%) ▶스트레스 증가(37.4%) ▶두통(24.6%) ▶신경과민(23.7%) ▶식욕 저하(23.5%) ▶소화 불량(20.2%) 순이었다.
수면 시간은 열대야 이전보다 평균 1시간 30분 정도 줄어든 4시간 42분으로 조사됐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평소보다 평균 1시간 18분 더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보다 늦게 잠들고 덜 잔다는 얘기다.
열대야 증후군으로 인한 업무 지장으로는 업무 의욕 저하가 62.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근무 중 졸음(54.1%) ▶업무 성과 저하(29.7%) ▶업무 실수 증가(19.8%) ▶지각 등 근태 소홀(17.4%) ▶동료와의 마찰(7.3%) ▶야근 증가(5.5%) 등이다.
열대야 증후군,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게 도움된다
열대야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푹 자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으로 30분 동안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등 가벼운 운동은 숙면에 도움 된다.
저녁 늦게 수박이나 맥주 등 수분이 많은 음식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커피나 콜라, 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도 피해야 한다.
잠들기 전에 덥다고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것이 좋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용할 때는 창문을 열어 충분히 환기시켜야 한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 실내 온도는 바깥과 5℃ 이상 차이나지 않게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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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