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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시작된 장마에 이어 계속된 폭염과 열대야, 중간 중간 찾아오던 소나기까지. 올 여름 날씨를 지배했던 주인공은 바로 ‘북태평양 고기압’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북태평양 동부(30∼40°N, 140∼150°W) 오가사와라제도 부근에 중심을 둔 아열대 고기압이다.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은 해양성 고기압의 특성을 갖는다. 평소에는 안정된 상태지만 육지에서는 지표면이 가열되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뇌운(雷雲, 천둥·번개의 발생원인이 되는 가장 보편적인 구름)과 소나기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 고기압은 장마가 끝난 후 여름철 한반도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여름철에 주로 발달하지만 겨울철에도 약간 남쪽으로 쏠려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이 고기압은 북반구의 ‘대기대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기대순환이란 지구 전체를 둘러싼 대기의 운동으로 장기간에 걸쳐 대기가 평균 상태가 되도록 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올 여름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긴 상처는 컸다. 폭염과 열대야로 밤낮 없이 한반도는 후끈후끈했다. 이번 폭염은 지난달 19일 7호 태풍 ‘카눈(KHANUN)'이 지나간 후부터 시작됐다.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해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20일 남부지방에 발표된 폭염특보가 24일부터는 중부지방으로 확대됐었다.

 

기상청은 10일 오전 4시를 기해 전국적으로 내려졌던 폭염주의보를 모두 해제했다. 이로써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이 21일만에 폭염특보에서 벗어났다.

 

이기간 동안 전주·정읍은 20일 연속 낮 최고기온이 33℃이상으로 올라 가장 오랫동안 폭염이 지속된 지역으로 기록됐다. 대구·합천·밀양은 33℃이상이었던 날이 18일이었다. 서울도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열흘 연속 폭염이 나타났다.

 

한편 지난 1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폭염경보가 발효됐었다. 이날 내려진 폭염경보는 2008년 폭염특보 제도가 시행된 이래 서울에 발령된 첫 경보였다.

 

 

일반적으로 6월 말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제주도와 남부지방부터 장마가 시작된다. 이후 한달가량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물러난다. 이것이 통상적으로 부르는 장마다. 하지만 장마가 끝난 이후에도 장마기간 때처럼 많은 비가 내리기도 한다. 이를 가리켜 ‘2차 장마’ 흔히 ‘가을 장마’라 부른다.

 

‘가을 장마’는 8월 말에서 10월경에 중국 쪽으로 올라간 장마전선이 시베리아 고기압과 부딪쳐 한반도를 지날 때 비를 동반하는 기상현상이다. 8월 중순에서 말에 걸쳐 중국 동북지방까지 올라갔던 장마전선이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동성 고기압과 부딪쳐 남하해 한반도를 지날 때 궂은 날씨를 보이면서 비를 동반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보통 6월 하순에서 8월 중순까지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를 ‘여름 장마’라 한다. 초가을인 8월 말부터 10월까지 볼 수 있는 장마를 ‘가을 장마’라고 한다. 가을 장마는 특히 초가을에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가을을 알리는 신호다. 계절이 바뀌면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쇠퇴하고 대륙에서 한랭한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북상했던 한랭전선대가 남하하면서 발생한다. 결국 북태평양 고기압과 시베리아 고기압이란 서로 다른 두 기단이 세력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불연속이 생기면서 비가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을 장마’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남쪽의 더운 공기가 만나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1~2일 정도 비를 뿌린다. 강우량이나 강우일수는 초여름 장마전선이 북상할 때보다 일반적으로 적다. 초여름 장마 때처럼 명확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며 해에 따라 강우량도 매우 불규칙하다. 그러나 때에 따라 집중호우가 내리거나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이 내습해 결실기에 접어든 농작물에 해를 입히기도 한다.

 

 

한반도에서 언제부터 가을장마가 시작됐는지 정확히 고증할 수는 없다. 고려시대 역사서인 고려사(高麗史)에는 1026년(현종 17) ‘가을 장마’로 인해 민가 80여 호가 떠내려갔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 때도 ‘가을 장마’가 존재했다는 얘기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