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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침수된 서울 강남역 인근 모습 (출처=트위터)

 

요즘은 비만 왔다 하면 집중호우다. 아주 좁은 지역에, 그것도 급작스럽게 많은 양의 비가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생긴 듯 쏟아져 내린다.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기준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지는 위험기상현상인 ‘집중호우’가 날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집중호우를 표현하는 언론 용어도 ‘국지성 호우’ ‘게릴라성 집중호우’ ‘폭우’ 등으로 점점 격해지고 있다. 강수 패턴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다 보니 피해도 많고 대응에도 힘이 든다.
 
기상청에 따르면 70년대(1971~1980년) 서울에 여름철 집중호우(시간당 강수량 30㎜ 이상)가 쏟아진 날은 총 12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대(2001~2010년) 들어서는 34일로 늘어났다. 집중호우의 빈도가 30년 사이 세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빈도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강도도 심해졌다. 최근 20년간(1991~2010년) ‘호우경보’(12시간 누적강수량 150㎜ 이상)에 해당하는 강수의 빈도는 1990년 이전 20년보다 무려 6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호우주의보’(12시간 누적강수량 80㎜이상)에 해당하는 강수 빈도도 25% 증가했다.

 

이처럼 집중호우가 갈수록 잦아지고 강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지구온난화의 큰 특징인 ‘지구 평균기온 상승’과 ‘지역별 기온편차 확대’로 인해 집중호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가 0.74℃오르는 동안 한반도의 평균 온도는 그 두 배가량(1.5℃) 올랐다. 이는 기온이 많이 오른 곳이 있는 반면 기온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더 추워진 곳도 있다는 뜻”이라며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기온의 지역별 편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는 국지성 집중호우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중호우의 강도가 심해지는 주원인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이다. 기상청 장기예측과 김정선 사무관은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은 기온과 비례한다. 지구온난화 진행으로 평균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대기 중 수증기량도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한 번에 내리는 비의 양도 늘어났다”면서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 이런 현상이 더 잦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0년대 들어 기상관측 극값에 가까운 강수기록을 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2001년 7월 15일 서울에 시간당 99.5㎜의 비가 내려 7월에 내린 비로는 기상관측(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기준) 이래 시간당 강수량 1위를 기록했다. 당시 4시간 동안 234.4㎜의 비가 내려 수도권에서 6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했던 지난해 7월 27일에는 서울에 하루에만 301.5㎜의 비가 퍼부었다. 관측 이래 일 강수량 3위를 갈아치운 비였다. 같은 날 경기도 문산 지방에는 1시간에 66.0㎜의 비가 내려 이 지역 관측(2001년 12월 7일) 이래 시간당 강수량 1위를 경신했다.

 

가장 최근 집중호우가 발생한 지난 15일에는 문산 지방에 하루 226㎜의 비가 내려 8월 일 강수량  1위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날 청주의 일 강수량은 165.5㎜로 관측(1967년 7월 1일) 이래 세 번째로 많은 8월 일 강수량을 세웠다.

 

 

집중호우는 크게 3가지 경우에 발생한다. 장마전선, 태풍, 그리고 최근 집중호우의 원인인 ‘북태평양 고기압 수축에 따른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의 충돌’이다. 과거(1990년대 이전)에는 주로 장마전선과 태풍에 의해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으로 올수록 장마전선에 의한 집중호우보다 세 번째 원인(찬 공기·더운 공기의 충돌)에 의한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추세다.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기본적으로 더운 공기는 상승하려는 성질을, 찬 공기는 하강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장마 후 집중호우는 이처럼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두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부딪히면서 일시적으로 강한 비구름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집중호우는 지구온난화로 지역별 온도차가 커짐에 따라 갈수록 국지적인 성격을 띠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좁은 지역에서 온도차가 큰 두 공기가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충북 태안에 385㎜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그로부터 불과 50㎞ 떨어진 보령에는 49㎜의 비만 내렸을 뿐이다.

 

 

국지성 집중호우는 장마전선이나 태풍에 의한 비와 달리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장마전선에 의한 비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기압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한다. 강수 면적이 넓고 한 방향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비교적 예보가 쉽고 정확도도 높다는 것. 반면, 국지성 집중호우는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어느 순간 부딪히면서 급속하게 발생되기 때문에 정확한 예보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반 예보센터장은 “비가 내리는 지역이 매우 국지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고작 10km밖에 안 되는 길이의 띠가 서울로 갈지, 서산으로 갈지 예보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에서조차 국지성 집중호우의 예보정확도는 20%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구름대 형성지점이 남북으로 마구 이동한다는 것도 예보가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반 예보센터장은 “국지성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동안 좁은 지역에 강한 비를 뿌린 뒤 에너지가 소진되면 잠시 쉬었다가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비를 뿌린다”며 “지난 15일 발생한 집중호우도 새벽에는 경기 북부, 오전에는 서울 등 중부지방, 야간에는 경북 등 하루에도 몇 곳씩 이동하며 비를 쏟았다”고 덧붙였다. 이때 비구름대의 이동 방향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편, 올여름 집중호우는 9월 초까지 더 이어질 전망이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