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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독 더웠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찜통더위로 고생했다. 세계적 곡창지대로 꼽히는 미국 남부지역 역시 기록적 폭염으로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이 가뭄으로 작황이 크게 나빠지자 국제 농산물값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현재 국내 밀과 콩, 옥수수가격은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36.5%, 34.8%, 24.9% 올랐다. 5월말 이후의 상승률은 각각 38.3%, 21.5%, 45.8%에 달했다.

 

급기야 옥수수, 밀 등 주요 곡물 가격 폭등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세계적인 가뭄 탓에 작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곡물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20 관계자들은 이달 안에 화상회의를 열고 곡물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회의 개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G20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회의는 9월 말이나 10월 초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곡물값 폭등 대책회의가 열리게 되면 G20이 개최하는 첫 식량위기 관련 비상회의가 된다.

 

G20의 공동 대응은 최근 식량 가격 급등세가 지난 2008년 식량위기 때와 상황과 비슷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식량위기 당시 방글라데시와 멕시코, 이집트, 아이티 등 30개국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실제로 곡물값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 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부셸당 8.23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두부 생산업자들이 수입 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라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란에서는 닭고기 값 인상에 항의하는 폭동이 발생했다.

 

미 농무부(USDA)는 10일 연말 옥수수 작황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22억부셸, 약 17% 적은 108억부셸로 하향 조정했다. 가격도 부셸당 8.9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 농무부 관계자는 “미국 곡창지대 중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식량값 폭등에 대한 전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호세 그라시아노 다 실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은 1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식량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간 협력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가뭄으로 인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리 우려할 일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세계 식량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그라시아노 총장은 “무엇보다 중국이 더 이상 연 12∼13%씩 성장하지 않아 급격한 육류 소비 등이 발생하지 않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라시아노 총재는 주요 20개국(G20)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G20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며, 무엇보다 각 국가가 이기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발생한 식량위기는 곡물 수출국이 수출을 제한하고, 수입국이 사재기에 나서는 등 각국이 이기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2008년 식량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라시아노 총재는 “옥수수, 밀, 대두 등의 재고는 낮은 수준이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주식으로 많이 쓰이는 쌀의 재고는 충분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