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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23일)은 절기상 처서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날이다. 하지만 요즘 실제 기상도는 ‘선선한 가을’과는 다소 먼 느낌을 준다. 이번 주 남은 4일간(22~25일/수~토)의 날씨 예보가 그런 느낌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집중호우, 산사태·침수 우려, 한낮 무더위, 태풍’ 앞으로 전개될 4일간의 날씨를 말해주는 주요 단어들이다.

 

요즘 가을장마(2차 장마)가 나타나 연일 비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사실 가을장마는 그 자체가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령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국지성 집중호우가 연일 쏟아져 내리는 게 문제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21일(화) 늦은 밤부터 22일(수) 오전에 북서쪽으로부터 한기를 동반한 상층 기압골이 남하하면서 서울·경기, 충남 북부와 강원도 영서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린다. 여기서 ‘강한 비’란 대개 ‘국지성 집중호우’를 가리킨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게릴라성 폭우’라고도 표현한다.

 

한발 더 나아가 기상청은 “당분간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니 산사태, 축대붕괴, 침수 등 비 피해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는 당부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10일 동안 3차례나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린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당부다. 이 기간 서울지역 누적 강수량은 361.5mm로 연평균 강수량(중부지방 1400mm내외)의 25%에 달했다. 이로 인해 중부지방은 지반이 많이 약해진 상태여서 산사태 발생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

 

세상을 놀라게 했던 지난해 7월 26~28일 ‘우면산 산사태’의 경우를 살펴보자. 당시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시간당 5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렸었다. 3일간 내렸던 서울지역 누적강수량만도 587.5mm에 달했다. 작년 7월 26일 이전의 서울지역 누적 강수량도 이미 300mm이상을 기록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 500mm 이상의 많은 비가 추가로 내리면서 피해가 엄청 커졌다. 기상청이 집중호우가 잦은 요즘 같은 가을장마철에 산사태를 주의하라고 당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수)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차 수축하면서 비구름대가 남하해 남부지방은 아침부터 저녁 사이에 비가 오겠고 중부지방은 낮부터 점차 갤 전망이다. 동해안에서는 동풍에 의한 지형적인 영향으로 밤부터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낮 최고기온은 24~30℃로 어제보다 조금 낮겠다. 오늘(수)까지 예상되는 강수량은 다음과 같다. ▶중부지방(강원도 영동 제외), 서해5도 : 30~70mm (많은 곳- 서울·경기, 강원도 영서, 충남 북부 100mm 이상) ▶강원도 영동, 남부지방 : 20~60mm ▶제주도, 울릉도·독도: 5~40mm

 

내일(목)은 북태평양고기압 남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비구름대가 발달해 남부지방부터 비가 시작되겠고 모레(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서쪽으로 확장하면서 강수대가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겠다. 목~금 이틀 사이에 전국적으로 50~100mm의 비가 예상된다. 많은 곳(남해안, 지리산부근, 제주산간)은 150mm 이상까지도 예보돼 있다. 다만 제주도(산간제외)와 강원도 영동지방은 30~70mm가 예상된다. 목~금 이틀간 낮 최고기온은 25~31℃로 한낮 무더위도 예상된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주말(25일) 이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할 가능성이 크겠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습도가 높겠고 낮 최고기온도 30℃이상으로 올라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다시 찾아올 전망이다.

 

한편 2개의 태풍이 발생해 현재 우리의 관심권에 들어와 있다. 14호 태풍 ‘덴빈’은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 해상에서 북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겠다. 반면 15호 태풍 ‘볼라벤’은 괌 북서쪽 해상에서 서북서진하면서 이동 중인 가운데 24일(금) 오후 오키나와 부근 해상까지 북상할 것으로 보여 다소 신경이 쓰인다. 주말(25일) 이후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매우 유동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발표되는 태풍정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