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 사는 직장인 S씨(50). 지난 주말(18일)과 휴일(19일)엔 비소식도 있고 해서 모처럼 집에서 시원하게 쉴 생각을 했다. 낮기온도 30℃를 밑돌며 무더위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예보를 믿었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왠지 짜증이 나며 정신까지 몽롱해지는 이틀을 보내고 말았다. 간간이 선풍기를 돌리고 에어컨으로 제습도 했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폭염으로 지친 심신이 한결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을 불쾌감에게 빼앗긴 기분마저 들었다. 왜 그랬을까.
‘불쾌지수 방정식’…온도 높고 습도까지 높으면 불쾌감 고조된다
서울에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1일 오후 3시 기상자료를 살펴보면 기온은 35.1℃, 습도는 44%로 불쾌지수는 83.7이었다. 불쾌지수 80 이상으로 전원 불쾌감을 느끼는 수치였다. 주말이었던 18일 오후 2시 기온은 28.3℃, 습도는 80%로 불쾌지수는 80.2를 나타냈다. 휴일이었던 19일도 기온은 29.3℃, 습도는 68%(오후 3시 기준)로 불쾌지수는 80을 보였다. 지난 1일보다 기온이 무려 5℃ 이상 떨어졌는데도 전원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던 날씨였다.
불쾌지수란 온도에 습구온도를 더한 것이다. 쉽게 말해 온도가 높으면 불쾌지수가 높고 습도가 높아도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다음은 불쾌지수를 산출하는 공식이다.
불쾌지수 = 0.4×(건구온도(℉)+습구온도(℉)) + 15
= 0.72×[건구온도(℃) +습구온도(℃)] + 40.6
불쾌지수는 여름철 실내의 무더위 기준으로만 사용되고 있을 뿐 복사나 바람 조건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긴 하다. 불쾌지수의 값에 따라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는 인종에 따라서도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기온이 높아도 습도가 낮으면 견디기 쉽다. 하지만 기온도 높고 습도까지 높으면 후텁지근해 매우 불쾌함을 느낀다. 겨울철은 이와 반대다. 겨울에는 기온이 낮고 공기가 건조하면 추위가 심하게 느껴지며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으면 오히려 추위가 한결 덜하다. 왜 그럴까. 실내습도가 아주 낮으면 체내 수분의 증발률이 증가하게 되고 습도가 아주 높으면 체내 수분 증발률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한편 적절한 실내습도는 각 개인의 활동량, 연령, 신체 상태에 따라 다르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약간 높은 습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쾌적함을 느끼는 습도, 온도 따라 달라져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가장 적당한 습도는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15℃에서는 70%, 18~20℃에서는 60%, 21~23℃에서는 50%, 24℃ 이상에서는 40% 정도가 좋다.
불쾌지수가 높으면 온도가 높거나 습도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온도가 높거나 습도가 높으면 짜증이 나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개들의 경우 온도가 높으면 혓바닥을 내밀고 습기를 밖으로 내보내면서 몸 안에 있는 온도를 낮추게 된다. 사람의 경우 온도가 높으면 땀구멍을 통해 땀을 배출하면서 온도를 낮추려고 한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이준영 서울의대 교수는 “온도가 너무 높거나 습기가 많아 배출된 땀이 증발되지 않으면 몸 안의 온도가 상승한다. 이로 인해 탈수증상과 전해질의 불균형을 나타나 몸이 많이 지친다. 특히 뇌의 전두엽에서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짜증이 나고 이것이 더 심해지면 몽롱해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온음료 섭취, 햇빛 피하고 넥타이 풀어 불쾌감 낮추자
불쾌감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몸 안에 있는 탈수증상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흡수가 빨리되고 전해질까지 섭취할 수 있는 이온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 햇빛이 없는 그늘로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넥타이를 착용하면 인체 온도가 약 2℃정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남성의 경우 넥타이를 푸는 것도 불쾌감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또 자주 운동하며 밝고 즐겁게 사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전력수급에도 영향끼치는 습도…전력수요 예측 시스템에 반영 시급
지난해 가을 대정전 사태이후 올 여름 우리나라는 전력수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년만의 최악의 폭염속에 전력수요가 늘어나 하루에도 몇 번씩 비상, 경계, 주의를 넘나들었다. 폭염이 수그러들었지만 최근 습도가 높아지면서 냉방 전력수요가 늘어났다. 냉방할 때 처럼 찬바람이 나오지는 않지만 공기 중 습기를 제거시키는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력수급에 불안 요인이 된다. 하지만 현행 전력수요 예측 시스템은 기온 외에 습도는 반영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 홈페이지 불쾌지수 제공…온도·습도 알면 혼자서도 불쾌지수 계산
 ▲ 기상청 홈페이지에 ‘불쾌지수’가 제공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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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