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더 Inside > 웨더 Inside > ‘바람’ 비행기 이착륙에 결정적 요소

항공기의 운항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은 기상청도, 공항공사도 아닌 개별 항공사다. 운항통제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상황판단은 전적으로 항공사와 기장이 결정한다.

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각 항공사들은 항공기 기종별 운항기준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후 그 기준에 맞춰 항공기를 운항한다. 때문에 악천후 등으로 인한 운항 여부는 항공사 판단에 달려있다.

항공기의 운항여부는 항공사가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는 풍속, 시정 등 기상제한 기준에 따라 출발 전에 현지 공항의 기상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결정한다.

풍속, 운항여부 판단 주요 기준 중 하나

풍속은 특히 이착륙 과정에서 항공 사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부산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이대우 교수가 2010년 허브공항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항공기 이륙 및 상승구간에서 25%, 진입 및 착륙구간에서 59% 등 항공 사고 중 84%가 이착륙시 발생한다.

‘마의 11분’이라 불리는 이착륙 시간대의 사고원인은 ▶이륙 후 3분 동안은 엔진이나 주요장비결함, 관제, 기상 등 ▶착륙 전 8분은 지형이나 지상구조물과의 충돌, 기상악화(안개, 구름 등)로 인한 위험발생 등이었다.

안개나 구름 등 시정 확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요소 외에 특히 옆에서 부는 바람, 측풍(測風)이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비행기 기준 옆바람 세면 '결항'

일반적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남서풍, 북동풍 등의 이름을 붙인다. 이와 다르게 항공업계는 항공기를 중심으로 방향을 구분한다. 즉, 항공기 앞쪽에서 뒤로 부는 바람은 정풍(Head Wind, 앞바람), 뒤에서 앞으로 부는 바람은 배풍(Tail Wind, 뒷바람), 옆에서 부는 바람은 측풍(Cross Wind, 옆바람)이라고 한다. 지상에서 하늘 쪽으로 부는 바람은 상승풍(Up-Draft), 그 반대는 하강풍(Down-Draft)이라고 부른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도움이 되는 바람은 앞에서 뒤로 부는 정풍이다. 이륙할 때 양력을 얻기에 좋고, 공기 흡입이 많이 돼 엔진의 추진력이 높아진다. 착륙 때는 바람의 저항으로 항공기의 속도를 떨어뜨려 제동거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륙한 뒤에는 뒤에서 밀어주는 효과가 있는 배풍이 좋다. 배풍을 타고 비행하는 것이 속도도 높아지고 연료 소비량도 줄어 절약에도 효과적이다.

달갑지 않은 바람은 측풍이다. 측풍이 일정기준치 이상으로 불면 엔진에 공기 유입이 원활하지 못해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비행기가 균형을 잃는 등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때문에 측풍이 강하면 비행기 이착륙이 전면 금지되기도 한다. 항공기 제작사는 기종별로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허용되는 풍향별 세기를 정했다. 정풍은 제한이 없지만 측풍은 B737기의 경우 30kn(약 55.56km/h)로 제한된다. 이착륙 시 허용되는 풍속이 기종별로 엄격히 정해진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 나리타 공항의 A활주로가 약 20분 동안 폐쇄된 적이 있었다. 대한항공 A380기종이 나리타 국제공항에 착륙할 때, 갑작스러운 돌풍을 맞아 기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엔진이 활주로에 접촉한 것이다. 약 20cm의 찰과자국으로 긴급 점검을 실시했고, 그 결과 엔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람으로 인한 해프닝이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